"훈육 목적" 주장…국과수 부검서 다발성 손상 확인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친부와 계모가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8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된 A(40)씨와 그의 아내 B(43)씨는 이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이를 때린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은 "훈육 목적으로 아이를 때렸을 뿐 해당 행위가 학대인지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의붓어머니인 B씨는 사망 당일에도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으나, 아버지 A씨는 당일에는 본인이 아들을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일 직장에 출근했다가 "아이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와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때린 구체적인 횟수·시기·방식과 도구를 사용했는지 여부 등은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날 경찰에 붙잡힌 뒤 초기 조사에서는 "몸에 있는 멍은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경찰의 추궁 끝에 진술을 번복했다.

A씨 부부의 학대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오는 9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부부의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인 C(12)군의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는 "아이의 몸에서 다발성 손상이 확인되지만 직접 사인은 정밀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 부부가 평소 C군을 학대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 이웃 등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벌여 A씨 부부가 C군을 학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고 증거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전날 오후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아들 C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군의 온몸에서는 타박흔(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C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사망 전날까지 학교에 계속 출석하지 않아 장기 결석자로 분류됐고 교육 당국의 관리대상이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각종 안내도 거부했다.

A씨와 B씨는 C군 외에 딸 2명(4살, 3살)을 두고 있다.

경찰은 A씨 부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평소 대화 내용이나 포털사이트 검색어 등을 확인하면서 사진 등 학대 관련 증거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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