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서 이미 작년부터 콜레라 유행…대거 확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대지진의 여파로 가뜩이나 내전 중인 시리아에 콜레라까지 창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에서 약 530만명이 집을 잃고 노숙하는 신세가 된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소통 담당관인 에바 하인스는 이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시리아인 절반 이상이 안전하지 않은, 대안적 물 공급원에 의존하기에 콜레라 같은 수인성 급성 전염병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지역의 위생이 악화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 어려워지기에 밀집 수용된 피난민을 중심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이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리아는 작년 9월부터 이미 콜레라가 유행 중이고,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큰 북서부를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해 왔던 까닭에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되는 콜레라는 심한 설사와 구토로 탈수를 유발하며, 특히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12년에 걸친 내전으로 상수도가 망가진 시리아는 유프라테스강의 오염된 물이 식수·농업용수로 쓰이는 경우가 허다해 콜레라가 쉽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강진 발생 이전인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시리아의 콜레라 의심 사례 7만7천500건 중 거의 절반가량이 북서부 반군 지역에서 보고됐다.

전체 의심 사례의 약 18%는 내전으로 갈 곳을 잃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난민 캠프에서 발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시리아·튀르키예 프로그램 이사 마르크 샤칼은 강진으로 서북부 반군 지역 내 보건시설 37개소가 파손되고 20개소의 운영이 일부 혹은 전면 중단되면서 콜레라가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대립 때문에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원조가 제한된 까닭에 시리아 내 구조 및 구호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일부 구호 물품이 도착하고 있지만 이미 지진으로부터 6일째다. 외부의 지원 없이 우리 팀으로만 모든 일을 해낼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2일 기준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의 사망자가 3만5천 명을 넘어섰고, 시리아에서만 최소 4천5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