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플로리다주,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 법안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텍사스주에서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거부당한 여성 5명이 주 정부를 고소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7일 보도했다.

어맨다 주라프스키(35) 등 여성 5명은 이날 텍사스 주도 오스틴에 있는 주 법원에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상황에서 선의의 판단으로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로이터는 작년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임신부가 낙태 거부에 맞서 주 정부를 고소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보장되던 낙태권이 주별로 따로 정해지게 됐는데, 이 때문에 텍사스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주에 낙태가 매우 어려워졌다.

텍사스주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의학적 긴급상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13개 주 가운데 하나다.

낙태권 옹호단체인 생식권리센터(CRR)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고소인들은 소장에서 텍사스 법이 불명확해 의사들이 예외가 적용되는 사례에 대해서까지 낙태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괜히 낙태 시술을 했다가 의사 면허를 잃거나 99년 징역형에 처할 것을 우려해 시술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맨다 주라프스키는 임신 17주에 자궁경부막 이탈 증세를 보였고 의사로부터 뱃속의 딸이 태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는 태아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는 이유로 낙태 시술을 하지 않았고, 태아가 죽거나 산모의 건강이 실제로 악화될 경우에만 시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주라프스키의 건강은 나빠졌다. 염증이 진행돼 패혈증이 와 한쪽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지 사흘 뒤에야 겨우 낙태 시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라프스키는 부부가 아이를 간절히 원해 18개월간 불임클리닉에서 시술을 받은 끝에 임신했던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생명 또는 아이 생명을 잃거나 둘 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기다리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와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반발에도 보수 성향을 띤 주에선 낙태 금지법을 강화하고 있다. 플로리다에선 산모의 건강 악화도 낙태의 요건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이날 플로리다주에선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거의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낙태를 허용하지만 임신부의 생명 또는 건강을 이유로 한 낙태에 대한 명시적인 예외 규정은 두지 않는다.

차기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겨룰 것으로 전망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이 법안에 대한 질문에 "낙태 반대법 제정을 지지한다"며 이르면 6주 안에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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