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꼭꼭 닫아도 실내에 흙먼지 '수북'…밖에선 눈뜨기도 힘들어"

대기질 연일 측정 가능 최악 수치…10년만에 황사 가장 잦은 한 해 될 듯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황사 때문에 마스크에서 흙냄새가 나요. 한동안 황사가 심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유난히 잦은 것 같습니다."

13일 오전 중국 수도 베이징 시내에서 만난 류샤오쥔(37) 씨는 해마다 반복되는 황사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저장성에 살다가 직장 때문에 몇 년째 베이징에서 생활하는데, 베이징 황사는 정말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년 봄이면 시작되는 중국의 '황사 공습'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베이징 전역의 평균 공기질지수(AQI)는 484㎍/㎥로, 국내 대기환경기준(24시간 평균 100㎍/㎥ 미만)의 5배에 달했다.

도시 전체가 황사에 휩싸이면서 베이징의 상징물인 자금성과 천단공원 등 주요 건물들의 윤곽이 흐려졌다.

기상 당국은 황사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도로 교통과 호흡기 질환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베이징에서 2년째 살고 있는 기자에게도 황사는 두려운 존재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도시 전체가 흑백 TV를 틀어 놓은 듯 뿌옇게 변한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국의 KF94 등급에 해당하는 K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에게도 학교에 갈 때 KN95 마스크를 쓰라고 잔소리를 한 뒤 출근길에 나섰다.

지하철에 탑승하자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 내부에서 흙냄새가 나는 듯했다.

지하철 안내판과 도로 전광판에는 황사경보가 발령됐다며 주의하라는 안내문구가 표시됐다.

거리의 차량은 짧은 가시거리 때문에 한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행했고, 도로에 주차된 차들은 누런 먼지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모자로 단단히 무장한 모습이었다. 공업용 방진 마스크를 쓴 시민도 있었다.

실내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창문을 닫아도 강한 바람으로 실내까지 흙먼지가 들어왔다.

공기청정기를 여러 대 가동했지만, 먼지 쌓인 바닥을 보니 초강력 황사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비모(30) 씨는 "집에서 회사까지 10분 거리인데, 황사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나면 목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고, 주모(36) 씨는 "황사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외출할 때도 너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황사로 가장 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노점상과 배달 기사 등 하루 종일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배달 기사 왕모(49) 씨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보면 황사와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 어렵다"며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에도 베이징은 중국 서북부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의 영향으로 AQI가 측정할 수 있는 최고치인 500㎍/㎥를 기록했다.

황사의 영향을 받는 곳은 베이징만이 아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이날 베이징과 톈진을 비롯해 신장, 네이멍구, 간쑤, 칭하이, 허베이, 랴오닝, 지린 등 북부지역에 황사 청색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의 황사 경보는 청색, 황색, 오렌지색, 적색 등 4단계로 나뉘며 적색경보가 가장 오염이 심하다.

대규모 황사가 베이징을 덮친 것은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째고, 중국 전체로 보면 아홉 번째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매년 평균 4∼5차례의 황사가 발생한 것에 비해 올해는 황사가 유난히 잦고 강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에도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는 최근 10년 이래 황사가 가장 빈번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황사 발생 빈도가 높은 이유로 강한 바람, 높은 기온, 낮은 강수량을 꼽았다.

사막 지대의 강수량이 적고 온도가 높아 모래 먼지가 일어나기 쉬운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황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의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이동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난 10∼11일 중국 전역을 강타한 황사의 영향으로 12일 전국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71㎍/㎥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로 자국도 피해를 보는데, 한국이 황사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을 발원지로 간주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과거 정례 브리핑에서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다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한국의 중국발 황사 표현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