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지지율 급락·'리더십 리스크' 확산에 이재명 '늦은 결단'

비명계 "국민이 민주당에 사망선고 하기 직전" 지도부 공격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정수연 기자 =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으로 휘청대던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결국 김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제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 일각에서 의혹 당사자인 김 의원이 스스로 탈당한 만큼 후속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리더십 리스크'로 번지자 지도부가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소속 의원 다수가 윤리특위 제소를 주장했었다는 점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국회의원은 엄중히 준수해야 할 공직자 규범이 있다"며 "상임위 활동 중 코인을 거래한 것은 김 의원이 인정한 만큼 그와 관련한 책임을 묻기 위해 윤리특위 제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은 애초 당 자체 진상조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윤리특위 제소 여부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코인 거래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가 시작되면서 당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진상조사의 실효성이 사라졌다.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조사단 활동은 사실상 종료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으로서 뼈아픈 대목은 김 의원 코인 거래 의혹이 불거진 후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를 보면 직전 조사와 비교할 때 18∼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12%p, 30대 지지율은 9%p 각각 하락했다.

몇 년 새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을 비롯한 젊은 남성 표심이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을 채 1년도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그야말로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이 대표가 최측근인 김 의원에 대한 결단을 이날에서야 내놓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 등 당내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을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음에도 당이 발표한 결의문에 이런 내용이 빠진 점 등이 그 배경이다.

이를 두고 지난 대선 당시 당내 후보 경선 단계에서부터 김 의원이 이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했던 것과 맞물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의 대응이 '제 식구 챙기기',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어느 때보다 당의 대응이 신속해야 했는데도 등 떠밀리듯 결정한 윤리특위 제소가 수세를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민이 보기에 정말 문제라고 생각되는 행위를 공당이 보호하고 감싸주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이 민주당에 사망 선고를 하기 직전"이라며 "김 의원은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았다면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반면, 친명계는 민주당이 나서서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는 게 필요하냐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성호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여당이 이미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기 때문에 (특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것"이라며 "당내에서 제소 여부가 이렇게까지 문제 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