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플레이션'부담 더해 美 업체들'사람 없는' 무인셀프계산대에서 까지 팁 요구 논란 가중

[뉴스포커스]

"감정적 협박…안내면 죄책감 느껴" 토로
'직원 급여 인상 소비자들에게 전가'비판

코로나발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덩달아 뛰는'팁'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이 없는 셀프계산대에서까지 팁을 내야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다양한 업종의 셀프계산대에서 팁 항목이 도입돼 공분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페와 베이커리, 공항은 물론 직원과의 상호작용이 전혀 없는 스포츠 경기장 티켓과 같은 무인 티켓 발급기 이용시에도 팁 결제 여부를 묻는다. 미국에서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20%가 팁 명목으로 포함된다.

신문은 "소비자들은 실제로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조차 모른채 의무감 때문에 팁을 남긴다"며 "반면 기업들은 기본 급여 외에 직원 보수를 높일 목적으로 셀프계산대에 팁을 넣는 옵션을 많이 채택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직원 도움 없이 셀프계산대에서 스스로 주문을 하고도 팁을 내라고 하니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뉴저지 뉴어크 공항의 기념품 상점 프랜차이즈 ‘OTG’에서 6달러짜리 생수를 셀프 계산한 한 남성은 화면에서 10%∼20%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을 보고 황당함을 넘어 적잖은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팁 옵션을 건너뛰었다는 그는 “이런 메시지는 일종의 감정적 협박”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같은 메시지를 보고 팁을 남기지 않을 경우 죄책감까지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산업 뉴스 사이트 플레이USA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51%가 직원이 아닌 테블릿으로 계산시 팁을 추가로 지불했다. 54%는 팁을 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에선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거의 모든 곳에 채택됨에 따라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계산시 팁 요청 화면을 쉽게 추가할 수 있게 됐다.

플레이 USA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지난 몇 년 동안 더 많은 기업이 결제 중에 팁을 요구하고 있다"며 "평소보다 팁을 더 많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불만과는 달리 OTG나 크럼블 같은 기업과 사업주는 이 같은 ‘팁 자동 안내’로 팁이 늘어나면 직원들의 급여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OTG의 대변인은 “팁으로 받은 돈은 모두 직원들에게 지급된다”고 말했고, 크럼블 역시 “손님들이 준 팁은 관련 법에 따라 제빵사에게 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용주가 직원들의 임금을 직접 인상하는 대신 그 책임을 ‘팁’으로 둔갑시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넬대 윌리엄 마이클 린 교수는  "소비자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기업과 직원을 위해 팁에 더 관대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셀프계산대에서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추가적인 돈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안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