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안보 당국자 "용병 규모 2만5천 아닌 8천명"

미 당국자 "본인 최후 떠올렸을 수도…벨라루스 중재도 주효"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수도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다 돌연 철수를 결정한 배경을 놓고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영국 안보 당국이 새로운 분석을 내놨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자국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 그룹의 모스크바 진격 포기 직전 러시아 정보기관이 바그너 수뇌부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러시아 정부의 협박에 못 이겨 철수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또한 무장 반란에 투입된 바그너 그룹 용병은 8천여명으로, 2만5천명이 동원됐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에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프리고진이 실제 모스크바를 장악하려 했더라도 성공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분석이 프로고진의 철수 '미스터리'에 어느 정도의 단서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 수뇌부를 축출해야 한다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인 지난 24일 돌연 철수를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회군 배경과 관련, 크렘린궁은 당국이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고,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고작 몇시간 떨어진 곳까지 거침없이 진격해가던 프리고진이 큰 저항 없이 순순히 물러나면서 이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프리고진이 줄곧 경질을 요구해온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거취에 대한 정부 조치도 별달리 공개되지 않자 의문은 커졌다.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도 프리고진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진격을 중단한 건 미스터리"라며 "그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프리고진이 "감정적인 상태였다"며 반란을 이어가는 게 러시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본인의 최후를 떠올렸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의 철수로 이어진 구체적인 거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이 영국 안보 당국의 추측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쇼이구 장관의 해임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미국은 쇼이구 장관 등 관련 인물의 거취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양보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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