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서 인권유린 北 질타 청년탈북자 시선집중
외대 재학 김일혁씨, 6년만에 열린 북한 인권 공개회의서 증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 회의에서 탈북 청년이 나와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고발하고 북 정권을 향해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북한이탈주민으로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김일혁씨는 17일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시민사회 대표 자격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증언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공개 회의가 열린 것은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김씨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주민에겐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법치주의도 없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에 시달린다"라고 말했다.
어릴 적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농사에 동원됐고, 땀 흘려 기른 작물은 수확 후 대부분 군대로 갔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김씨 가족의 탈북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개월간 고문과 구타를 당해야 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고모가 체포돼 가족과 헤어질 때 조카 나이가 고작 3살, 5살이었다면서 "나의 행동으로 고모와 두 조카가 왜 그런 운명을 감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김씨는 2011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며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 고발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김씨는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자유를 북한 주민이 모두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영어 대신 한국어로 북한 정권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독재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입니다"라고 호소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씨 발언 후 "오늘 우리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알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씨의 용감한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다른 이사국 대표들도 저마다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용기 있게 증언에 나선 김씨에 감사를 표하면서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