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척, 사업가인 척, 투자자인 척' …다 속았다

[뉴스인뉴스]

전문직·사업가 등 사기 피해 제보 이어져
5년전 광주시 3천여억원 허위투자 주인공

한국에서 의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43억원 상당의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40대 미주 한인 여성이 구속됐다. 이 여성은 지난 2018년에도 광주시를 상대로 수천억 원대 투자 유치 촌극을 벌였던 인물로 5년 만에 다시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 붙잡혔다.

재미교포로 확인된 제니퍼 정씨가 최근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씨를 7년여 전인 2016년께 처음 만났다는 사업가 A씨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들과 눈인사하는데 어떻게 안 속아요. 진짜 의사인 줄 알았죠."
정씨는 자신을 미국 의사이자, 광주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재미교포라고 소개했다고 A씨는 전했다. 병원장과 사제 간이라며 친분을 내세웠고, 병원 안에서 만날 때면 지나는 인턴·레지던트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진짜 의사처럼 보였다.

자녀의 발달장애(자폐) 치료로 고생하던 A씨는 정씨에게 의지했다. 정씨는 A씨 자녀의 병원 차트를 보고 상담을 해주기도 했고, 자폐증 증상 관련 상담 내용을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받았다며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6년을 알고 지낸 정씨가 올해 7~8월 A씨에게 "자폐 치료법이 미국 유명 교수를 통해 개발됐고, 해당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험 참여를 위해 보증금이 3천900만원 필요하다는 말에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보냈고 다른 자녀의 미국 어학연수도 1천여만원을 주고 부탁했다.

미국으로 갈 시기만 기다리던 A씨는 문득 정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제야 정씨에 대해 살펴봤고 정씨의 지난 7년여간 언행 대부분이 그럴듯한 거짓이란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고, 4천여만원 중 3천여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나머지 돈도 달라고 독촉하던 차에 정씨가 사기범으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자신을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소개하며,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 4명에게 접근했고 미국 투자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입시생을 둔 학부모로 알려졌는데 자녀의 미국 대학교 진학과 취업, 졸업 후 비자 문제 해결도 용이하다는 정씨의 말을 믿고 투자금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위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정씨가 2018년 광주시에 수천억 원 규모의 허위 투자 제안을 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가 3천여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당시 광주시는 투자 유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허위임을 확인했다.
광주시는 정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그냥 없던 일로 서둘러 마무리했고, 결국 수십억 원 규모의 이번 사기 사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정씨를 구속 송치한 후 사기 범행에 가담한 가족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추가 사기 피해자도 찾아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