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 이끌어갈 리더"…교수진·흑인 동문 1천여명 지지 서명

反유대 발언 처벌 여부 모호한 답변 논란…12일 거취 발표될 듯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하버드대 동문회가 미 연방 하원 의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으로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빚은 클로딘 게이 총장을 향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하버드 교수진 700여명과 흑인 동문 800여명이 서명한 지지 선언에 이어 동문회도 게이 총장이 이번 일로 물러나는 것에 반대하면서 게이 총장이 반유대주의 논란을 극복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 동문 집행위는 이날 대학 관계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만장일치로 분명하게 게이 총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집행위 구성원 13명이 전부 서명한 이 편지에서 이들은 "게이 총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하버드 대학을 이끌어갈 적합한 지도자"라며 "그는 사려 깊고 선량한 사람이며 다양성이 존재하는 대학 커뮤니티의 성장과 안녕에 단호히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지난주 게이 총장의 발언에 대한 실망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게이 총장은 이 문제를 직접 지적하고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발생한 고통에 대해 사과했다. 이는 그의 진실성과 결단, 용기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게이 총장은 지난 5일 하원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의 학칙 위반이 아니냐고 묻는 말에 "끔찍한 발언"이라면서도 "하버드대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유대계와 정치인 등을 중심으로 게이 총장이 과격한 반유대주의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사퇴·해임 요구가 이어졌다.

게이 총장과 마찬가지로 이날 모호한 답변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결국 지난 9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내외에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하버드 교수진 700여명은 게이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학문적 자유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며 게이 총장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하버드 흑인 동문 800여명은 또 다른 탄원서에서 게이 총장이 복잡한 사안에서 중심을 지키면서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게이 총장 자신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상대의 고통과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말을 한 것에 후회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을 통해 당시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집중력을 잃었다"며 "유대인에 대한 폭력 선동과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위협은 하버드대에 발붙일 수가 없고 반드시 합당한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CNN은 최근 하버드 구성원 사이에서 게이 총장을 향한 지지 여론이 커지면서 그가 사임하거나 학교 지도부에 의해 해고되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사임한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이번 청문회 발언 이전부터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사임 압박을 받던 상태였다는 차이가 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기부자들은 지난 9월 대학 측이 반유대주의 발언 논란을 빚은 인사들을 캠퍼스 내 문학 행사에 초청한 것을 두고 매길 총장의 사임을 요구해왔다.

반면 게이 총장은 앞서 하버드대 일부 학생 단체들이 하마스 공격에 이스라엘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되자 "하마스가 저지른 잔학한 테러 행위"를 비판하면서 "어떤 학생 단체도 하버드 대학이나 그 지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CNN은 비난을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비판에 맞서 책임을 지려 하는 게이 총장의 태도가 사임 여부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버드 크림슨과 CNN에 따르면 총장 해임 권한을 지닌 두 이사회 하버드 법인과 감독 위원회는 이날 게이 총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으며 12일 중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