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국방장관 백악관 보고없이 병원 중환자실 입원 수술… "바이든대통령 사흘간 몰랐다" 

[뉴스분석]

국방부 나흘뒤 늑장 공개, 병명은 함구
입원 당시 부장관, 바이든 모두 휴가 중
정가 "국방 공백…용납할 수없는 사건"

“미국이 중국, 러시아, 이란의 도전에 직면한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직 승계 순위 6번째 인물이 사라졌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70·사진)이 중환자실(ICU)에 입원하고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흘 동안 이를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 미 정가가 들끊고 있다. 오스틴 장관 입원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장관 대행을 맡아야 할 캐서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도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중동과 유럽에서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1, 2인자가 모두 자리를 비운 아찔한 공백이 벌어진 셈이다. 오스틴 장관 입원을 둘러싼 ‘펜타곤 미스터리’의 여파가 커지는 가운데 미 정가에선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5일 오후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이 1일 합병증으로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 입원했다”며 “현재 회복 중이며 곧 모든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장관이 입원한 지 나흘이나 지나서야 발표됐다.
심지어 백악관 보고도 늦었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난 4일 오후 늦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백악관 참모들은 국방부가 장관의 입원 사실을 늑장 보고했단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미 의회에도 공개 성명 15분 전에야 오스틴 장관의 상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병인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오스틴 장관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사실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문제는 오스틴 장관 부재 동안 국방부 2인자인 힉스 부장관 역시 푸에르토리코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2일까지 휴가차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머물고 있었다. 미군 지휘체계에 심각한 공백이 며칠 동안 이어졌던 셈이다.

특히 대통령 권력 승계 서열 6위인 국방부 장관의 입원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 내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단행중이었다.
이에대해 일각에선 오스틴 장관의 성향을 문제삼았다. 그는 ‘혼밥’을 즐기고 언론을 멀리하는 등 운둔형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생활을 중시해 4성 장군 시절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오스틴 장관은 2016년 중부사령관으로 은퇴한 뒤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비판이 쏟아지자 오스틴 장관은 6일 직접 성명을 내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스틴 장관과 통화했으며 대통령은 장관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