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코인폭락 주범 ‘테라’ 권도형 미국 송환 결정 희비 엇갈려

한국행 원했던 권 씨측 즉각 항소, 판결 뒤엎기는 힘들 듯

韓 투자 피해자 20여만명 구제 희박 “배상은 물 건너갔다”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됐다. 귄 씨측이 즉각 항소했기 때문에 아직 최종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법원은 권 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송환국이 결정된 건 권 씨가 도피한 지 22개월 만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미국과 ‘송환 경쟁’을 벌였던 한국은 송환을 기약할 수 없게됨에 따라 국내 20만 명 투자자는 사실상 구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美, 치열한 송환 경쟁 勝

권 씨는 테라·루나 가치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 불리며 주목을 받지만 시스템이 무너지며 가치가 폭락해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피했다. 지난해 3월 23일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당시 함께 잡힌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로 송환된 뒤 이달 21일 구속됐다.

체포 당시 한국과 미국은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였다. 한국 법무부는 3월 29일, 미국 국무부는 4월 3일 각각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몬테네그로 법원은 밝혔다. 권 씨 측은 형량이 적은 한국으로 송환되길 원했지만 결국 법원은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법원은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매체에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달 22일까지 미국 송환

권 씨가 항고하면 송환이 더 늦어질 수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3월 22일까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에 그가 출석할 수도 있다.

권 씨는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미 SEC는 2022년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연방 검찰도 한 달 뒤 상품 및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가중주의’ 한국, 처벌 수위 낮아

그렇다면 만약 권 씨가 한국으로 보내져 재판을 받았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부당이득액이 4600억 원, 피해자도 20만 명에 달해 중형 선고를 피할 순 없지만, 미국보단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하다.
대법원 양형 기준을 살펴보면 권 씨에게 적용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나 자본시장법의 경우 피해가 50억 원 이상으로 크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이 권 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경제 사범 최고 형량인 징역 40년 선고를 예상하는 법조계 의견이 많다.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긴 뒤 모두 더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러 죄를 한꺼번에 저지른 경우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처벌하는 가중주의를 택하기 때문에 이처럼 처벌 수위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권 씨의 미국행이 결정됐기 때문에 한국 피해자들의 구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에 대한 우선 배상이 이뤄져 한국 피해자에게 줄 자산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