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국경 접한 나라들
동유럽 상공에서 GPS 문제들

발트해 지역을 지나는 유럽 항공편이 무더기로 러시아발로 의심되는 전파 방해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22일(현지시간) 전파방해 추척 업체인 'GPS잼'과 함께 분석한 결과 이 기간 4만6000편이 발트해 상공을 지나며 위치정보시스템(GPS)과 관련한 문제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항공사 별로는 라이언에어 항공편은 2300편이고 위즈에어는 1400편, 브리티시항공은 82편으로 조사됐다.
GPS 문제는 대부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상공에서 일어났다. 더선은 러시아발 전파방해 공격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잭 와틀링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러시아는 오랫동안 나토 국경에 걸쳐 GPS 전파방해를 괴롭힘 도구로 써왔다"며 "칼리닌그라드처럼 러시아군이 대규모로 배치된 곳에서는 GPS 거부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탄 공군기가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인접한 폴란드 상공을 지나던 중 전파 방해를 받았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지난달 말 발트해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가 가짜 GPS 신호를 받는 등 전파 방해를 겪었다는 보고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유럽항공관제기구(Eurocontrol)는 조종사의 전파 문제 신고가 2022년 1월부터 꾸준히 늘었으며 특히 올해 들어 급증했다고 밝혔다.

조종차 자체보고 시스템(EVAIR)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GPS 차단이 1천371건 신고됐는데 올해 1∼2월 두 달에만 985건이 신고됐다.
러시아가 고의로 이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발생 지역이나 규모를 볼 때 러시아발이라는 의심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항공안전 단체 '탄력 항법 타이밍 재단'의 데이나 고워드 회장은 폴리티코에 "우크라이나 전쟁터는 발트해로 전파 간섭이 파급되기에는 너무 멀다"며 "고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 대변인 재닛 노스코트는 "영향을 받은 지역을 보면 이런 일이 전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도 누가 배후에 있는지 지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GPS 전파 방해가 비행에 직접적으로 위험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워드 회장은 조종사가 GPS 없이도 길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종사나 관제사의 업무가 늘고 실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