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20명' 참사에도 컴포트 마을 주민 전원 무사 대피
당일 새벽 소방서 지붕위 사이렌 가동…1978년 홍수 피해로 뼈아픈 교훈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대홍수 참사가 시작된 지난 4일(현지시간) 새벽.
과달루페 강 하류의 작은 마을 컴포트에서는 소방서 지붕 위로 우뚝 솟은 스피커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마을 전체에 단조로운 톤으로 길게 울린 경보음은 휴대전화 재난 알림을 놓친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하는 마지막 생명줄이었다.
당시 옆마을 커 카운티를 포함해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범람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희생자만 120명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커 카운티와 이웃한 켄달 카운티 내 마을 컴포트에서는 주민 2천200여명 전원이 마을 사이렌 덕분에 안전하게 홍수로부터 대피했다고 10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컴포트 소방서의 다니엘 모랄레스 부국장은 "4일 아침, 사이렌이 마을 주민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커 카운티에는 컴포트 지역 같은 경보 시스템이 없었다.
앞서 컴포트에서도 1978년 홍수로 3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자연재해로 여러 차례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지난해 지역사회 비상경보 시스템을 확충할 기회가 오자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기금 마련에 힘썼다.
지자체 보조금과 소방서 예산을 총동원하고 지역 전력회사 등으로부터도 자금을 조달해 소방서 사이렌을 업그레이드했다.
사이렌을 미국 지질조사국(USGS) 센서에 연결해 수위가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울리고 수동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했다.
주민 교육도 성공의 열쇠였다. 업그레이드된 사이렌 설치 후 소방서는 지역 주민들이 매일 정오에 울리는 시험 경보에 익숙해지도록 몇 달간 노력했다.
또 다른 시간대에 사이렌이 울리면 지역 방송, 소방서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긴급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4일 새벽, 폭우가 어린이 캠핑장을 비롯해 커 카운티 일대를 덮친 후 몇 시간 뒤 컴포트에서도 강이 범람해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경보 시스템이 작동한 덕분에 마을 사이렌이 울렸을 무렵에는 이미 많은 컴포트 주민이 잠에서 깨어 있었고 강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휴대전화 알림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거리로 나온 소방관들의 대피 명령을 듣지 못한 주민들도 사이렌을 듣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소방서의 모랄레스 부국장은 사이렌 작동이 홍수 피해가 컸던 커 카운티의 상황을 바꿨을지는 확신하지 못한다면서도, 컴포트 주민들에게는 분명히 한 단계 빠른 경보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방법을 찾아 실현할 것"이라며 "최근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