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당국자간 접촉 중인 동맹에도 줄줄이 관세 서한
트럼프 특유 협상 전술…힘든 조건 일방 제시에 난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들에게 고율의 관세서한을 잇달아 발송하는 한편으로 구리·의약품·반도체 등 품목별로 관세전쟁을 확산시키면서 세계의 무역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실무 당국자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율과 부과시기, 품목 등을 놓고 반대급부를 제시하며 치열한 막판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기습 관세서한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가장 최근에 관세서한을 수신한 교역 파트너는 미국의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연합(EU)과 멕시코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나란히 30%의 상호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4월 상호관세율을 처음 발표할 때 EU는 20%를 적용받기로 했지만, 이날 서한에서는 10%포인트 더 올라갔다. 멕시코도 상호관세율이 기존 25%에서 5%포인트가 더 올랐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는 지난 10일 35%의 관세율이 통보됐다. 당초 25%로 설정했던 캐나다의 상호관세율을 내리기는커녕,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히려 10%포인트나 더 올려버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당초 이달 21일까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굴욕에 가까운 성의'를 보여왔지만, 뒤통수를 맞았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테크기업을 상대로 한 '디지털세'부과를 철회하는 양보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다.
브라질은 정치적 이유로 50%의 보복성 관세를 얻어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브라질에 보낸 관세서한에서 자유로운 선거와 미국인들의 근본적인 표현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호관세율 50%를 통보했다. 지난 4월 발표한 10%의 기본관세율에서 무려 40%포인트가 올랐다.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의 핵심 동맹들에게도 예외 없이 관세서한은 날아들었다. 지난 7일 공개된 서한은 두 나라 모두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고 적시됐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동맹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없었다.
한국의 경우 국가안보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카운트파트들과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느닷없는 기습 통보를 받았다.
일본은 당초의 24%보다 1%포인트 높아진 25%를 통보받자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송한 관세서한을 받은 나라는 20여개국에 이르는데, 이는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한 뒤 시한을 두고 몰아붙이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전술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