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권에 비 집중…전남서 1명 사망·8명 중경상

200년 빈도의 극한 호우가 보름여 만에 또다시 쏟아지며 전국에 생채기를 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주로 남부지방에 50∼200㎜가량, 전남 서해안 등 많은 곳에는 250㎜가량 비가 내렸다.

지역별로는 전남 무안군 운남면 257.5㎜, 전북 군산시 어청도 240.5㎜, 경남 합천군 212.7㎜, 경남 산청군 지리산(사천면) 200.0㎜, 광주 197.9㎜, 경북 고령군 196.5㎜, 전북 남원시 180.4㎜ 등을 기록했다.

충청권에도 전날부터 50∼150㎜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무안군 망운면 무한공항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SW)에는 1시간 동안 142.1㎜의 기록적인 호우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200년에 한 번 내릴법한 빈도의 역대급 극한호우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극한호우에 전남 지역에서는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폭우가 한창 쏟아지던 전날 오후 8시 8분께에는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굴삭기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1명이 강한 물살에 떠내려갔다가 결국 숨졌다.

이 남성은 비닐하우스 침수를 막기 위해 물길을 내는 작업을 하다 굴삭기가 넘어지며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전남 담양군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뒤따르던 승합차가 이를 추돌하는 2차 사고로 이어져 운전자와 탑승자 등 8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짧은 시간 매우 강한 비는 침수 피해로 이어졌다.

전남 함평군 함평천지전통시장은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빗물에 잠기면서 시장 전체가 침수 피해를 봤다.

비가 쏟아진 지 20여분도 지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외에도 담양군과 무안군 등 비가 집중된 곳에서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발생해 지자체가 집계 중이다.

광주 북구 원도심에서는 보름여 만에 또다시 시가지 침수가 재발했다.

지난달 중순 극한호우에 이어 서방천 신안교와 문흥동 성당 주변, 운암동 운암시장과 공구의 거리, 전남대 정문과 농업대학 일원 등에서 상가·주택·차량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울산에서도 8차선 도로에 물이 가득 차 귀가 차량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대로변 침수가 이어졌고, 전북 남원시에서도 도로와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등 안전조치했다.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는 50대 남성 등 4명이 야영 중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침수로 인한 차량 고립 등 31명이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빠져나왔다.

앞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피해가 발생했던 경남 산청군 등에서는 또다시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 1천810가구 2천559명이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산사태나 범람 우려 지역에 있는 주민 170여세대 230여명이 대피했다가 비가 그치고 날이 밝은 뒤에서야 귀가했다.

비는 이날 오전 들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오는 6일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내리다가 점차 남하해 7일 아침 사이 남부 지방에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서해5도·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 30∼80㎜, 전북 10∼60㎜, 경북중·북부 10∼50㎜, 광주·전남북부 5∼40㎜, 강원동해안·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남부·울릉도·독도 5∼30㎜, 전남남부 5∼20㎜, 제주 5∼10㎜이다.

(장지현 나보배 김선형 김솔 김동민 천정인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