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스타디움에 대형 태극기 응원 물결…한인들 "티켓 어렵게 구해"

경기장 2만여석 꼭대기까지 꽉차…현지 팬도 "쏘니 왔으니 우승 기대"

31일(현지시간)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의 첫 홈경기 데뷔전이 열린 미국 LA BMO스타디움은 "쏘니!", "손흥민!"을 외치는 응원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이날 저녁 경기가 열리기 2시간여 전부터 인근 고속도로에서 스타디움 쪽으로 빠져나가는 진출로 수십킬로미터(㎞) 구간이 차들로 꽉 막혔고, 경기장에 도착하니 입구 앞에 보안 검색을 위해 기다리는 대기 줄이 수십미터(m) 길이로 늘어서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 중 서너팀 중 한 팀은 한인 팬들이었다. 친구·가족 단위로 함께 온 한인 팬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손흥민의 경기를 직접 보게 된 흥분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인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루션 신(35)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오늘 손흥민 선수의 LAFC 홈 데뷔 경기라서 큰 기대의 마음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티켓 예매를 좀 늦게 하는 바람에 벤치 쪽 좌석을 어렵게 구했다는 이들은 "저희의 열정이라고나 할까요?"라며 활짝 웃었다.

친구 중 한 명인 제임스 정(38) 씨는 손흥민이 영국에서 뛸 때도 현지에 찾아가 토트넘 경기를 여러 차례 관람했다면서 이날 입고 온 토트넘 홋스퍼 시절의 손흥민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정씨는 "원래 손흥민 선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며 "가능하면 LA 홈 경기에 매번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장 입구 앞에서 만난 현지 팬 개브리엘 엘조니(22) 씨도 'SON'이 새겨진 LAFC 유니폼을 입고 와 '손흥민 찐팬'임을 인증했다.

손흥민을 언제부터 알고 좋아했느냐는 질문에 엘조니 씨는 "그는 엄청난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 홋스퍼에서 10년이나 뛰었다. 월드컵 때마다 팀을 대표해서 주장을 맡았고, 훌륭한 축구를 보여줬다"며 "나는 축구 팬으로서 지금까지 그의 경기를 거의 다 봤다"고 했다.

이어 "그가 여기로 이적했을 때 나는 정말 흥분했다"며 "리그 우승이 쉽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경기장 입구 옆에 있는 LAFC 유니폼 판매점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손흥민 사진이 박힌 티셔츠와 수건 등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한인들뿐 아니라 LAFC 팬들도 끊임없이 손흥민 티셔츠를 사 갔다.

경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전체 2만2천석 규모인 스타디움 내 관중석은 꼭대기 층까지 빽빽하게 들어찼다.

특히 LAFC 서포터스(팬클럽)의 한 그룹인 한인타운 서포터스 회원 등 한인 팬들이 관중석의 한쪽 면을 가득 메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대형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여러 개 들고 와 연신 흔들어대며 손흥민을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LA 대형 스타디움에 펼쳐진 이례적인 태극기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팬들은 이날 오후 7시 45분 경기 시작 직전 전광판에 주전 선수들이 차례로 소개되고 손흥민이 호명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손흥민을 환영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등번호 7번인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의 응원 열기는 고조됐다.

특히 상대 팀인 샌디에이고FC와 1대 1로 비긴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손흥민의 위력적인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으로 아슬아슬하게 잡히자 관중석에서는 흥분의 함성과 안타까움의 탄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손흥민의 LAFC 경기를 비롯해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애플TV의 스포츠 담당 올리버 슈서 부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슈퍼스타이자 글로벌 현상과도 같은 선수"이라며 "리오넬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이 MLS 경기 시청률, 인지도 등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