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 종료 적절한 시점 몇달 내 도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에 지지를 시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8월까지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고용 증가는 가파르게 둔화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민 감소로 인한 노동력 증가 감소와 노동시장 참여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보다 덜 역동적이고 다소 약한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해온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부의) 9월 고용 지표 발표가 연기되고 있지만 이용 가능한 증거는 해고와 채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구직에 대한 가계의 인식과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업의 인식은 지금까지 보여온 하향 추세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근원 상품 가격 상승세가 주택 서비스 가격 하락세를 앞서는 가운데 지난 8월까지 12개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9%로, 연초보다 약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 가능한 데이터와 설문조사는 상품 가격 상승이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보다는 주로 관세를 반영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며 "이런 영향들과 부합해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올해 전반적으로 상승해온 반면 가장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들은 우리의 2% 목표 안에 부합한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질의응답 시간에 "지금은 구인 건수가 추가로 더 줄어들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점에 있다"며 "지금까진 구인 건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동안에도 실업률이 오르지 않은 놀라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실업이 오르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를 것"이라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연준 인사들이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끈적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용 시장의 약화를 강조함으로써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최근의 인플레이션 재가속화에도 노동 시장 회복을 위해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향후 수개월 내 연준의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충분한 준비금 조건과 일치한다고 판단하는 수준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 준비금이 도달했을 때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하겠다고 오래전부터 계획을 밝혀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그 시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결정을 알리기 위해 광범위한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불리는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연준은 팬데믹 이후인 지난 2022년 6월 양적긴축을 재개해 팬데믹 대응 등으로 다시 급증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준은 앞서 양적긴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2018∼2019년 대차대조표 축소 여파로 증시가 흔들리고 다수의 투자자산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경험을 토대로 양적긴축 정책 변화에 신중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황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