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6일 4% 아래로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대형 기술주가 상승세를 주도해온 미국 증시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업종인 유틸리티(전기), 헬스케어(의약품), 필수 소비재(식료품 등)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안한 시장 흐름 속에 경기 방어적 성격의 세 업종이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이번 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이끌 것으로 WSJ은 봤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하면서 출렁였다.
중국이 희토류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경고하자 지난 10일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급락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였던 4월 10일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미 증시 주요 지수는 빠르게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은 경기에 민감한 종목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역 은행, 소매업체, 주택 건설업체, 항공사 주가는 지난 한 달 새 일제히 급락했다. 이런 업종은 보통 경기 확장기에 강세를 보이는 종목군이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 담보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의 갑작스러운 파산은 시장에 경각심을 키웠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라이컬러 파산 사태와 관련해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며 부실 대출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도 했다.
자이언스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등 일부 미국 지역은행의 부실 대출 우려도 미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를 떠올리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6일 4% 아래로 떨어졌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미중 갈등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지난주 잇달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자산운용사 언리미티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초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실물 경제 대부분에서 증가하는 약세 조짐을 가려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세론자들은 기업 실적이 전체적으로 매우 탄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WSJ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