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재 수 첩]

 2009년 대항항공 기내에서 도난당한 고화(古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LA여객지점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정연창(75)씨의 주장과 기내 도난 사실의 불확정성으로 인해 "책임없다"를 되풀이하는 대한항공의 주장을 취재하는 동안 내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 두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공감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기내 도난 진위나 보상보다는 한 개인의 작은 목소리에 거대 기업이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지도 않고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은 것에 있다. 

 과거 사실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붙여보는 일이 결코 유익하지 않지만, 만약 사건 발생 당시 대한항공이 조금 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정씨의 말을 들어주었더라면. 만약 2014년 정씨의 면담 요청에 침묵 회피 대신 만나주었더라면. 만약 합리적 법적용 대신 소비자의 이유있는 불만으로 들어주었더라면.

 대한항공의 공감 부족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대항항공 최고 경영진의 공감 부족이 그대로 기업 경영에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땅콩회항'사건과 "조종사가 힘들다고? 개가 웃는다"는 회장의 댓글에서 직원이지만 소중한 개인의 말과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공감의 부족이 드러난다. 

 두번째 생각은 미주본부와 LA여객지점의 "권한없음"이다. 이승범 미주본부장에게도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와 대화에 나섰던 강기택 LA지점장은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보상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라는 본사 지침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강 지점장은 "개인적 차원의 만남"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미주지역본부장과 LA지점장에게는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공감 부족의 경영진들이 해외 지점장들에게 그런 권한을 줄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하직원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감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앞으로 LA에서 대한항공과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기 싫지만 조양호 회장을 만나러 한국에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제 내 갈길을 가겠다"고 말한 정씨처럼 1인 시위라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