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의사 등 최우수 핵심 인재 매년 1500여명 고국 등져

[생·각·뉴·스]

"시키는 일이나 잘해" 봉건적 한국직장 텃세
최우선 전문직 취업 EB-1 비자 1340명 포함
中·印보다 인구 대비 인재 유출 심각 비상등

미국 대학에서 화학 전공으로 석박사까지 모두 마친 30대 K씨는 한국 대기업에 스카우트돼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30대 중반의 김모씨. 스카우트될 때만 해도 계약 보너스에 병역특례까지 받으며 성공을 예상했던 그는 얼마 못가서 그 기대가 꺾이고 말았다. 한국 대학 출신들의 텃세도 심했고 업무와 관련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로 건의도 해봤으나 "너는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말을 듣기가 일쑤였다. 다른 기업으로의 이직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갈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이공계 박사 등이 아무 조건 없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NIW(National Interest Waiver)를 통해 지난 2월 미국땅을 밟았다. 물론 미국 내 일자리도 얻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가 한국 생활 7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의 이공계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와 의사 등 최우수 두뇌급 인재 1500여명이 매년 고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 세계에서 미국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의 인재유출 규모와 인구 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인재유출 규모가 이들 국가보다 커 비상등이 켜졌다고 서울경제가 최근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고급인재 취업이민 통로인 EB-1과 EB-2를 통해 한국인 5745명에게 이민비자를 발급했다. 1340명이 EB-1으로, 4405명이 EB-2로 이민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1500명의 최우수두뇌급 인재가 미국으로 떠난 셈이다. 전체적인 미국 이민 숫자가 해마다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EB-1은 최우선 전문직 취업이민으로 노벨상 수상자 등 걸출한 능력과 미국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주로 국제적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대학교수 등 연구자와 미국 업체 및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EB-2는 고급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2순위 취업이민으로 EB-2 내의 NIW 는 노동허가(LC)나 현지 고용주가 없어도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 미 국무부가 이민비자를 발급한다.

한국에서 EB-2를 통해 미국에 이민하는 사람의 90%가 NIW를 통해 영주권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한 대학교수는 "솔직히 한국은 핵심인재에 대한 배려가 없고 과거부터 정부는 핵심인재 육성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으로 떠나는 인재들까지 합한다면 인재유출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