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규정 61kg 넘어 쫓겨난 베테랑 女승무원 소송 제기했으나 패소

법원 "모든 승무원 균등 적용, 차별 아냐"

20년 이상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해 온 말레이시아 여성이 사측의 '몸무게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가운데, 현지 법원의 판결이 공개됐다.

2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항공에서 25년간 근무한 이나 멜리사 하심은 2017년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이 여성이 해고 통지를 받았을 당시의 신장은 160㎝, 몸무게는 61㎏이었다. 말레이시아항공 사규에 따르면 BMI(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정상'상태를 벗어날 경우 해고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하심은 정기검진 당시 BMI 정상에 해당하는 61㎏보다 0.7㎏을 초과한 상태였으며, 이후 말레이시아노동법에 따라 부당한 해고조치를 받았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2015년 10월부터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객실 승무원의 몸무게를 BMI 기준 정상을 유지하도록 지시해왔다.

소송이 제기되자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해당 직원에게 몸무게를 감량할 수 있도록 18개월의 유예기간을 줬고, 전문가를 동원한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직원은 사측의 이러한 지시를 무시한 채 운동 스케줄 등에도 불참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반면 소송을 제기한 하심의 변호사는 "말레이시아항공의 이러한 사규는 영국항공이나 루프트한자항공 등 경쟁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정이며, 직원의 몸무게와 항공 안전과는 결과적으로 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에 불과한 과체중은 의뢰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항공사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근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말레이시아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체중관리 프로그램은 모든 승무원들에게 적용됐으므로 차별적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항공 승무원 조합은 법원의 판결이 "비인간적인 판결"이라고 비난했지만, 항공사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