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소신 발언 정치권 까지 들썩… "정치가 나훈아 한 명만도 못해 부끄럽다" 자조

지금한국선/15년만의 TV출연 '대한민국 어게인…'

원희룡 "20년간 정치, 이 '예인'에 비하면 자괴감”
장제원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고 움직이고 위로"
이재명 "'내려올 때를 생각한다'는 말, 인생 무상"

'가황'(歌皇) 나훈아(74)의 추석맞이 공연에 정치인들도 열광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나훈아의 열정적 공연에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는 평가다.

공연 도중 그가 뱉어난 우직한 발언들에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주는 위로가 나훈아 한 명만도 못하다'는 자성조차 나왔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오후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 공연을 선보였다. 15년만의 TV 출연이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우리는 많이 힘들고 많이 지쳤다. 하지만 역사책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며 "긍지를 가져도 된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국민들을 격려했다. 또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며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 기대하세요. KBS가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소신 발언에 정치권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늦은 밤인데 가슴이 벌렁거려서 금방 잠자리에 못들 것 같다"며 "나훈아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가황이 추석 전야에 두 시간 반 동안 온 국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며 "성별, 세대, 지역 할 것 없이 모두가 나훈아에 사로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모두에게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대한민국 어게인이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한켠으론 자괴감도 들었다"며 "이십 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곤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꿈에서 '테스형'(소크라테스형, 나훈아 노래 제목) 만나서 '세상이 왜 이래' 하고 물어보겠다"고도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이 나훈아에 흠뻑 취했다"며 "대한민국을 흔들어 깨웠고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진정한 위로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장 의원은 "고향에 가지 못한 국민들께 고향을 선물했다"며 "권력도, 재력도, 학력도 아닌 그가 뿜어내는 한 소절, 한 소절,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움직이고 위로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내려올 때를 생각한다'는 말에 짧은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며 "가황 나훈아 님의 깊고 묵직한 노래가 큰 힘이 되었다"고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조금 더 오래 팬과 대중 속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코로나가 걷힌 언젠가 실황 공연장에서 사인 한장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KBS2TV에서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시청률은 29%(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나훈아는 고향, 사랑, 인생을 주제로 '무시로', '잡초', '영영' 등 히트곡과 신곡까지 30여곡을 선보였다.

한편 당초 '재방송도, 다시보기도 없다'고 했던 KBS는 이날 방송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3일 밤 10시30분(한국시간)에 공연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을 편성했다. KBS는 "8개월간 공연 준비과정을 담은 다큐를 비롯해, 미방분까지 방송한다"고 했다.

▣나훈아 말·말·말
- "저는 오늘 같은 공연을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 우리는 지금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살고 있다."
-"KBS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방송 아니냐. 두고보세요. KBS는 앞으로 거듭날 거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이왕 세월이 흐르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많이 힘들다. 우리는 많이 지쳐있다.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나라를 지켰다"
-"여러분 생각해보셔라.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 IMF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이다"
-"세월의 무게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을 달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나. 훈장을 받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술도 한 잔 마시고 실없는 소리도 하고 친구들과 쓸데없는 소리도 하고 술주정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걸 받으면 그 값을 해야하므로 무게를 못 견딘다."
-"저보고 신비주의라고 한다. 가당치 않다. 언론에서 만들어낸 얘기다. 가수는 꿈을 파는 사람. 꿈이 가슴에 고갈된 것 같아서 11년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잠적했다, 뇌경색으로 걸음도 못 걷는다고 하니까 내가 똑바로 걸어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
-"이제 내려와야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내려놔야할지 시간을 찾고 있다. 느닷없이 될 수도 있다. 길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