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尹 극한 대립' 소강 국면서 또 다시 긴장감 고조

징계위 개최까지 6일 남아…여권, `출구전략' 모색 주목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립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와 원전 수사가 변수로 떠오르며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그동안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던 법무부가 신중 모드로 방향을 전환한 데다 여권 내부에서 `출구전략'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 헌법소원으로 반격 나선 윤석열

징계위 개최까지 남은 기간은 6일. 시간이 충분한 만큼 청와대와 여권에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총장 측은 4일 장관이 과반수 징계위원을 지명·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아울러 헌재 결정 전까지 징계위 개최를 열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는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맞불' 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윤 총장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무부 측에 ▲ 감찰기록 열람·등사 ▲ 징계 청구 결재문서 ▲ 징계위원 명단의 정보 공개 등 3가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전날 감찰기록 사본을 넘겨줬지만, 징계 청구 결재문서와 징계위원 명단 공개 요구는 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헌재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수용할지 예단할 수 없다. 사안에 따라 본안 사건 전에 판단을 내리거나 혹은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와 관련한 메신저 대화에서 "악수(惡手)인 것 같다"고 밝혔다.

◇ 월성 원전 관련 영장심사도 `변수'

윤 총장이 복귀하자마자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하면서 가속도가 붙은 월성 원전 수사도 징계위의 향배에 변수로 꼽힌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총장이 강조해왔던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도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을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직무복귀 직후 원전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한 윤 총장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원전 폐쇄는 정책적 판단이라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온 여권을 자극해 원전 수사 자체의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징계위 개최 전 `출구전략' 모색 관측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징계위 개최를 또다시 연기하자 `윤석열 중징계' 방침에 미세 조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징계위 운영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기 전까지만 해도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1시간 반 만에 징계위를 연기하는 한편 윤 총장 측이 요구한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감찰기록도 일부 제공했다.

이 같은 방향 선회를 놓고 `속도조절'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가 윤 총장의 중징계를 예단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하며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 차관도 전날 임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징계위를 예정대로 열지만 징계위 논의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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