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관계 별다른 다툼 없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어"

오 전 시장 "죄송합니다" 구치소 나와 귀가…검찰 추가혐의 수사 차질

대책위 "참담함 넘어 모멸감 느껴"…국민의힘 "재판부 눈치보기" 비난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하직원을 강제 성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기각이다.

부산지법 영장담당 김경진 형사2단독 부장판사는 18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오 전 시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실관계에 별다른 다툼이 없고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에 적시된 구체적인 언동을 고려하면 피의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은 크다고 할 것이나 전체적인 사실관계에는 별다른 다툼이 없는 점, 피해자들의 진술과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상당한 물적 자료를 감안하면 증거인멸의 염려와 도주 염려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 오 전 시장이 수사기관의 소환에 성실히 응한 점도 기각 사유가 됐음을 설명했다.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부산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오 전 시장은 곧바로 풀려나 귀가했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대기 중인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부산 구치소를 빠져 나갔다.

오 전 시장은 오전에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 측 최인석 변호사는 "(오 전 시장) 본인은 정확하게 당시 상황이 기억 안난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그렇게 말하면 인정하겠다. 상대방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말이 다 맞다"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법원이 권력형 가해자 오거돈을 다시 한번 풀어주고야 말았다"며 "우리는 우리 사회의 정의가 가해자의 권력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재판부의 눈치보기"라며 "평범한 일반 시민이었다면 구속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초 집무실 내 직원 강제추행과 이에 앞서 2018년 또다른 직원 성추행, 무고 혐의 등을 받고 있다.

4월초 집무실 내 강제추행에 대해선 지난 6월 경찰 수사로 한 차례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당시에도 "범행을 인정하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각됐다.

지난 8월 25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추가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한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검찰은 불구속 사유 등을 따져보고 향후 수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