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의사당 유리창 깨고 내부 진입…4명 사망 52명 체포

상원 회의장 진입해 의장석까지 점거

미 민주주의 붕괴 순간 전세계 생중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입을 막기 위해 쳐놓은 바리케이드도 소용없었다. 의사당 내부에 총성이 울렸고 중앙홀에는 최루가스가 가득 찼다. 외벽을 타고 의사당 건물에 오르는 이들은 물론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포착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와 공권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작됐으나 초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시위에서 연설하면서 '승복 불가' 입장을 재천명하기는 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집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회로 행진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의 개시 즈음 수백 명이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의사당 건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경찰 병력이 허둥대는 사이 일부가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시위대는 진입을 시도하며 국가(國歌)를 불렀고 결국 내부에 들어간 시위대가 문을 열어 시위대의 추가 난입을 도왔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 중이던 상·하원은 전격 휴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집결해 있던 의회 요인(要人)들이 경호인력의 안내 하에 급히 대피했다.

자칫하면 시위대와의 충돌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내부로 진입한 시위대가 제어되지 않으면서 의회 경찰 하나가 총을 쐈고 한 여성이 쓰러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총성에 놀란 시위대는 우왕좌왕했으나 이내 '살인자들!'이라고 외치며 격분했다고 WP는 덧붙였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난입사태는 4시간이나 지속됐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 몇시간이나 이어진 것이다.

의회 난입에 경악한 공화인사들 선긋기…"폭력 안돼" "미쳤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공화당과 '친(親)트럼프'진영 인사들도 일제히 폭력 시위를 규탄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초유의 사태로 역풍을 맞을까 봐 과격 시위대와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합동회의 초반 애리조나주 선거 결과 인증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의사당 난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적었다.

선거 결과 인증에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조시 홀리(미주리)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폭력을 끝내야 한다"며 "경찰을 공격하고 법을 어긴 사람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친트럼프 성향 마이크 갤러거(위스콘신) 하원의원도 CNN방송에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가리켜 "미쳤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 "시위 아닌 반란 사태" 강력 규탄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가 아닌 반란 사태"라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현대사에서 본 적이 없는 전례없는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즉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좋은 대통령이든 나쁜 대통령이든 간에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 좋을 때는 대통령의 말이 격려가 되고, 나쁠 때는 선동이 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태를 부추긴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전국 TV 방송에 나가 선서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할 것을 촉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포위를 끝낼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끌어내려라" 美민주 탄핵론…수정헌법25조 발동 펜스 압박

이번 사태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에서 끌어내리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압박하고 나섰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및 승계 문제를 규정한 조항으로,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최종 확정을 저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대거 난입한 초유의 폭력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며 탄핵론을 재점화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퇴임이 2주밖에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빗발쳤다.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 개최를 막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