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이첩' 조항 각하했지만 소수·보충 의견서 찬반 팽팽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헌법재판소가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헌법소원에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1년을 끌어온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는 직권으로 적법요건에 맞는 심판 대상을 정해 위헌 논란이 제기된 권력분립 원칙·평등권·영장주의 등에서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각하 결정을 내린 수사권 이첩 조항에 관해서는 보충·소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위헌 의견 3명…위헌 정족수에 크게 못 미쳐

공수처법 헌법소원은 구체적으로 기본권 침해 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법 전체에 제기된 만큼 헌재는 직권으로 심판 대상 조항을 한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 범위와 수사처 검사의 직무 범위 등을 명시한 2조, 3조1항, 8조4항에 대해서만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적법 요건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비록 심판 대상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권력분립 원칙·평등권·영장주의 등 공수처 출범 이후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사실상 행정부 소속이며 국회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는다고 판단해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위공직자 범죄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고위공직자가 아닌 경우와 비교해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영장 신청권은 `검찰청법상 검사'가 아닌 `국가기관의 검사'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수처 검사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위헌정족수(6명)의 절반에 그친 3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서도 각하 의견을 내 합헌·위헌 의견을 내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수사처의 법적 지위, 공수처 직무의 독립성과 책임성 확보, 공수처 검사의 직무와 권한 등에 대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수사권 이첩' 놓고 합헌·위헌 의견 팽팽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가 중복될 때 수사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24조 1항에 대해서는 다수가 각하 처분을 내려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법률로 설치된 독립행정기관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다른 기관에 비해 우위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각하 의견을 낸 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적극적으로 24조 1항에 대해 `합헌' 보충의견을 내며 맞섰다. 행정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은 권력분립이 아닌 입법의 문제라는 취지다. 법이 이첩 요청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조항은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돼왔다.

각하 처분이 내려진 공수처의 우선 수사권 조항에 대해 소수·보충 의견이 동수로 맞서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각하 처분으로 위헌 결정을 피했지만 반대로 `합헌' 결정도 명시적으로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적법 요건을 갖춘 청구인의 헌법소원 등으로 이 조항이 다시 헌재의 심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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