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 기록적 강추위에 온몸 마비 수난, 텍사스 주민들 힘합쳐 긴급 수송 나서

주말화제

사우스 파드레섬 주위 서식 등 4500마리 구조
컨벤션센터로 옮겨 먹이주며 따뜻하게 보호중
정전으로 온풍시설 가동안돼 일부는 생명 잃어

텍사스 주민들이 한파에 기절한 거북이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약 3500마리의 바다거북은 현재 시내 컨벤션 센터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사우스파드리아일랜드 컨벤션 센터가 바다거북으로 가득찼다.

컨벤션 센터를 관리하는 에드 쾀은 "거의 15분에 한 번씩 바다거북을 태운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이곳을 방문한다"며 주민들이 한두 마리, 혹은 십여 마리의 바다거북을 이곳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거북이들은 텍사스주의 섬 사우스 파드레 해안가에서 긴급 수송해온 것이다. 기록적인 한파 때문에 기절한 수백 마리를 포함해 이 섬에서만 2500마리의 바다 거북이 구조됐다

미국 중남부에 며칠째 폭풍과 폭설을 동반한 맹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평소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 섭씨 10도 이상을 유지하던 텍사스주의 경우 30여년 만에 기온이 영하 18~22도까지 떨어졌다. 정전 사태와 인명 피해가 빈발하는 가운데 추위에 약한 바다 거북도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거북이는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냉혈동물이다.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무기력해지고, 운동 능력이 떨어져 헤엄을 칠 수 없게 된다. 겨울에도 따뜻한 텍사스주 앞바다가 거북이들의 주요 서식지가 된 이유다.

그런데 이 곳에 30여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거북이들이 기절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거북이들 중엔 멸종위기종인 푸른 바다 거북(green sea turtle)도 포함돼 있었다.

온몸이 마비된 거북이들은 차가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다가 해안가로 밀려오기도 했다. 보트에 부딪히거나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도 큰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구조대가 섬으로 달려갔다. 봉사자들은 거북이들을 자가용이나 보트에 실어 따뜻한 보호시설로 옮겼다. 이동 중에도 거북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자동차 뒷좌석에 따뜻한 담요를 깔았다. 한 자원 봉사자는 "보트로 이틀 동안 거북이 185마리를 구조했다"고 말했다. 거북이들은 현재 보호시설에서 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회복 중에 있다.

한편 컨벤션 센터 측은 더이상 거북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쾀은 "한파로 인한 전력난으로 현재 컨벤션 센터 역시 온풍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쾀은 "주민들이 지금까지 3500마리의 바다거북을 이곳에 옮겨놨다"며 "일부는 생명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텍사스의 날씨는 영상 섭씨 2도, 체감온도 영하 3도로 지난주에 비해 상승했으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쾀은 "겨울 폭풍이 다시 몰려온다는 소식이 있다"며 "컨벤션 센터에 있는 바다거북을 언제쯤 다시 바다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