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공항·보안검색대 신속한 통과가 목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개발 중인 디지털 방식의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은 여권보다는 항공기 탑승권(보딩패스)과 비슷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원 검증 서비스 업체 클리어,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각각 코로나19 백신 여권을 개발 중이란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백신 여권 또는 건강 여권(health passport)이란 명칭이 통용되고 있지만, 코먼스 프로젝트가 개발 중인 '코먼패스' 앱(응용프로그램)은 여권보다 탑승권에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더 많이 받았다고 이 단체 공동설립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캐스린 터커는 말했다.

실제 코먼패스 앱의 화면은 탑승권 형태로 생겼고, 뜯어낼 수 있는 디지털 슬립(조각)까지 달려 있다.

백신 여권은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나 군중이 모이는 스타디움, 콘서트장 등의 공공장소에 입장할 때 여권 소지자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백신을 맞았는지, 음성이 나왔는지 등을 신속하게 검증·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출입국관리 요원이나 보안 요원이 백신 접종 증명서류나 검사 결과 확인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다 보면 긴 대기 줄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ATA의 공항·승객·보안제품 책임자 알란 머레이 헤이든은 디지털 백신 여권이 여객기 승객들에게 의무사항이 되지는 않겠지만 백신 여권이 점진적으로 보급되면 공항에서 대기하는 일에 대해 일종의 '집단면역'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든 책임자는 "고객의 70%가 (공항의) 점검 요원을 거치지 않아도 되게 하면 점검 요원은 전화기(스마트폰)가 없거나 첨단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돕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클리어의 앱은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통신망을 통해 이용자의 코로나19 상태를 미리 정해진 백신 센터나 검사 센터에서 가져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런 방식이 이용자들이 이를 직접 찾아 업로드하는 것보다 더 간편하고, 허위로 백신 접종 증명서나 음성 검사 결과를 올리는 일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앱 개발업체들은 또 간단하고 쓰기 쉽게 하는 것을 목표로 앱을 설계하고 있다.

클리어나 코먼패스 앱은 모두 QR 코드로 이용자의 코로나19 접종 상태나 검사 정보를 생성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클리어는 하와이행 항공편에서 백신 또는 코로나19 검사 확인 앱을 시험 중이며, 미국 내 일부 스포츠 경기장이나 박물관에서는 이미 상용화했다.

코먼스 프로젝트의 터커 CMO는 또 어떤 사람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시간 속의 한 순간을 반영한다는 점을 백신 여권 앱의 디자인이 보여주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터커 CMO는 "수십 년간 관계를 맺는 여권과 달리 보딩패스는 왔다가 가고, 전화기에 쌓이고, 좀 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