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끊겨 살길 막막하자 소유주들 결정…차도 없어 500㎞ 걸어 귀향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태국 관광업계는 고사 직전이지만, 사람들에게 시달려온 일부 코끼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물'을 받게 됐다.

7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방콕 촌부리주 파타야에서 관광객들 대상으로 일하던 코끼리 5마리가 고향인 북동부 수린주를 향해 최근 귀향 여행을 시작했다.

이 코끼리들은 약 5년 전 수린주에서 파타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관광객들을 등에 태우고 다녔다.

코로나19사태 이전에는 코끼리 한 마리당 한 달에 팁을 제외하고도 1만5천밧(약 53만원) 가량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입국 금지 조치로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관광 업체는 코끼리 소유주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

돈을 못버는 상태로 1년이 지나고, 당분간은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소유주들은 코끼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들도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코끼리들의 귀향길은 약 500㎞다. 소유주들이 코끼리를 태워 갈 큰 차량을 빌릴 돈도 없어 걸어가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여정은 약 2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4월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사람과 코끼리 일행은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변을 걸어가다가 차에 치일 위험도 있어 소유주들의 친척들이 픽업트럭을 타고 앞뒤에서 행렬을 보호한다.

소유주들은 귀향 행렬이 '보여주기 쇼'로 비칠까 봐 현금 기부는 거절했다면서, 다만 시민들이 코끼리들과 자신들에게 주는 물이나 과일, 음식 등은 감사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거의 없어지자 동물원이나 리조트 등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시켰던 코끼리를 고향으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단체인 '세계동물보호'는 2천 마리에 달하는 태국의 코끼리들이 관광 시설이나 보호소 운영자들이 먹이를 줄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굶주림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코끼리는 하루 300㎏의 먹이를 먹어 치우는 '대식가'다.

이전까지는 관광객들이 낸 돈으로 먹이를 얻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객이 없어지며 생존 위기가 닥치면서 자연으로 되돌려보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