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전에 본적이 없는 정치적 위기" 분열 우려
루비오 "비자 취소·추방…美는 정치적 살해 환호 못 참아"
트럼프 진영 "좌파 극단주의 소행" 반발…정치 갈등 격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마가(MAGA) 세력이 추모하는 찰리 커크의 죽음에 기뻐하는 외국인들을 추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우리 동료 시민의 죽음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비자 취소가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비자를 받아 여기에 와서 정치적 인물의 공개 암살에 환호하고 있다면 추방될 준비를 해라. 당신은 이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커크의 죽음을 축하하는 외국인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비자는 당신이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에 개입하게 될 사람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으로 와서 정치적 인물의 살해, 처형, 암살을 축하하는 것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비자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이 이미 여기에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비자를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마가 지지자들은 우파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청년 활동가 커크가 지난 10일 살해되자 이를 "좌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커크의 죽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을 맹비난하며 보복을 시사해왔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정치 폭력 자체에는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커크가 생전 백인 우월적인 주장을 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커크의 암살 사건을 이용해 분열에 불을 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 열린 한 비영리단체 행사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가 최근 커크의 사망 이후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들을 공격하고 반대파를 억압하려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해충'(vermin)이자 표적으로 삼아야 할 적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우리가 현재 당면한 더 큰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가치가 아닌, 미국의 가치"라면서 "긴장이 고조된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대통령의 책무 중 하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긴장은 "예전에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정치적 위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