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DC 명소 내셔널몰에 마스크 착용 절반·'노 마스크' 절반

백신 접종 확산 맞춰 미착용 늘어…도심·주택가에선 대부분 착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28일 미국 워싱턴DC 중심부의 관광지 '내셔널몰'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이 절반 정도씩 돼 보였다.

백악관 인근의 내셔널몰은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탑 등 주요 관광지가 너른 잔디밭에 펼쳐져 있는 워싱턴DC의 명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미국 전역 및 전세계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그득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비교적 한적한 공원이 됐다.

마스크를 쓰고 걷기엔 꽤 더운 날씨였다. 전날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에 한해 혼잡하지 않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보건당국의 새 공식 지침이 나온 터였다.

새 지침 때문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것인지는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지난달부터 백신 접종이 가속화하면서 1차라도 백신을 맞은 경우 공원처럼 한적한 곳에선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신접종이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이미 낮춘 셈이었다. 여기에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백신접종이 끝나고는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한 것이다.

당국의 공식 지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더워지는 날씨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자유를 느끼는 이들도 있었고 그래도 당분간은 마스크를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2차 접종을 앞두고 있다는 30대 남성 토니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마스크를 보여주면서 "다음 주에 2차 접종을 하고 나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야외에서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곧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느냐고 묻자 "아주 금방은 아니겠지만 아주 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대로 독립기념일(7월 4일)이 '바이러스 독립'의 기점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전을 해 워싱턴DC를 방문했다는 스콧이라는 이름의 60대 남성은 "혼잡하지 않은 곳에서 이렇게 걸어 다닐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지만 식당 같은 곳에서는 쓸 것"이라고 했다. 걸어 다닐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느껴지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행인이 별로 없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던 60대 여성 마리아는 "백신을 맞았지만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당분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없고 거리두기가 될 때는 안 쓸 수도 있다"고도 했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다. 상황에 달려있다"고만 답했다.

1차 접종을 했다는 20대 대학생 코트럴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차 접종을 하고 나서도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고 해서 감염이 걱정되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지 몰라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내셔널몰과 달리 워싱턴DC 도심으로 들어오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거리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했다.

곧 2차 접종을 한다는 30대 여성 새라는 새 마스크 지침을 안다면서도 "공원 같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겠지만 시내에서는 벗고 싶지 않다"면서 "이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다 아는 게 아니라서 조심하고 싶다. 부모님에게도 조심하시라고 했다"고 했다.

주택가에서도 비슷했다. 워싱턴DC 서쪽의 조지타운에서는 행인들이 한두명을 빼고는 마스크를 여전히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걷다가 맞은 편에 사람이 오면 콧등까지 덮어쓰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4월 27일 현재 백신 접종을 완료한 18세 이상 성인은 37.3%다. 1회라도 접종한 18세 이상 성인은 54.2%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에서의 독립을 선포한다는 목표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공화당 지지자 및 젊은층 일부가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