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정치권의 이른바 '세대 반란' 현상이 심화될 조짐이다.

이념과 진영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 'MZ세대'(1980∼2000년대생)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문법에 익숙한 주류와 충돌하면서다.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20·30대 민심잡기가 키워드로 떠오른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만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기수를 자청한 모양새다.

25일 난데없이 불거진 '장유유서' 논란은 그 휘발성을 반영한다.

여권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돌풍'과 관련해 "장유유서 문화"를 거론하자, 곧바로 '삼강오륜' 지적이라는 논쟁이 불거졌다.

곧바로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란 시험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것이다. 그게 들어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장유유서는 정치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 연공서열제 회사처럼 정치가 움직인다면 끔찍하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장유유서와 경륜보다 환골탈태, 도전이라는 말이 필요하다"(박용진 의원), "청년들에게 갇힌 꼰대정당처럼 보일 수도 있다"(김남국 의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정 전 총리는 페이스북 글에서 "오해가 있었나보다"라며 "정당 내 잔존하는 장유유서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한국 특유의 '장유유서' 문화가 있어서 국민의힘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각 당에서도 MZ세대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정치인들이 중진들을 제치고 존재감을 부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주당의 초선 이탄희 의원(43)이 올 2월 당 지도부의 부정적 기류를 꺾고 초유의 판사 탄핵안 가결을 관철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전대에서 1위로 당선된 김용민 최고위원도 45세 초선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초선 김웅(51) 김은혜(50)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던지고 이 전 최고위원과 경쟁 중이다. 정의당은 수차례 당대표를 지낸 4선의 심상정 대신 류호정(29) 장혜영(34) 두 초선의원이 간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두 여성 의원이 벌인 '본회의장 말싸움' 장면도 세대간 갈등 구조를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다.

지난 13일 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발언에 항의하던 중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끼어들었고, 문 의원이 "야", "어디서 지금 감히 목소리를 높여"라고 말하자 류 의원이 "우리 당이 만만한가"라고 맞서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967년생인 문 의원은 54세로, 1992년생인 류 의원과 25살 차이가 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개인주의적, 직설적인 MZ세대의 거침없는 반란"이라며 "국민의힘 내 기득권은 물론 민주당의 586도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 변화를 바라는 표심이 청년 정치인을 통해 표출됐다"며 "각 당이 내년 대선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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