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조사, 비난 위한 것 아냐" vs "정치화 반대"

(베이징·제네바=연합뉴스) 한종구 임은진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밝히기 위한 더 많은 자료를 재차 요구하자 중국이 다시금 반발하고 나섰다.

WHO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과 여러 다른 회원국은 '실험실 유출설'의 추가 연구 근거와 관련해 WHO에 편지를 보냈다"며 "그들은 기원 연구가 정치화됐다거나 WHO가 정치적 압력에 의해 행동했다고 시사했다"고 운을 뗐다.

WHO는 그러나 "1단계 연구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어느 가설도 배제하기에는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특히 '실험실 가설'을 다루기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과학적 모범 사례를 고려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비난이나 손가락질 등을 위한 활동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WHO는 오로지 과학과 해결책 제공, 연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군 기지 포트 데트릭 내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USAMRID)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은 13일 중국 주재 외교 사절과 외신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WHO의 2단계 조사 계획은 1차 조사의 과학적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WHO 전문가들이 지난 2월 중국 우한(武漢)을 찾아 기원 조사를 진행한 뒤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면서 '실험실 기원설' 가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결론 내린 것을 언급한 것이다.

마자오쉬 부부장은 "WHO가 과학적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100여 개 국가가 WHO 사무국에 1차 조사 결과를 지지하며 코로나19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거나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원 조사는 복잡한 과학의 문제로 과학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경로를 찾아 위험을 예방하고 인류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뒤 "어느 나라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과학의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다른 나라를 먹칠할 권리가 없다"며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이어 "중국은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계속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는 WHO 1차 조사 결과에 위배되는 조사와 정치적 기원 조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WHO는 회원국이 주도하는 만큼 바이러스 기원 조사도 반드시 회원국이 주도해야 한다"며 "WHO 사무처는 회원국과 충분히 협상하고 조사 계획도 당사국과 협상해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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