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재범방지 대책 발표에…'사후 약방문' 비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했던 5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사건은 법무부 전자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을 막겠다며 향후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마저도 실효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닌 방향성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인 강모(56)씨는 강도강간과 강도상해 등 전과 14범으로, 올 5월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하며 전자발찌를 차게 됐다.

법무부는 전자감독 대상자들의 범죄 경력이나 범죄 수법, 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해 '집중 관리 대상자'와 '1대1 관리 대상자'로 분류하는데, 강씨의 경우 1대1이 아닌 집중 관리 대상자에 속했다.

1대1 관리 대상자는 정신질환이 있거나 미성년 성범죄자가 3차례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위치추적 기간 성범죄를 다시 저지르고 출소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현재 이런 식으로 1대1 전자 감독을 받는 사람은 19명에 불과하다.

강씨와 같은 집중 관리 대상자들은 보호관찰관 1명이 여러 명을 전담한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올 7월 현재 전자감독 대상자는 4천847명인데, 이들을 관리할 인력은 고작 281명에 불과하다. 1명의 보호관찰관이 평균 17.3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그나마 인력확충을 한 게 현 수준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평상시 관리는 주로 주거지 방문이나 특이 이동경로 점검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해자 접근 금지나 야간 외출 제한 등을 위반하거나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처벌 수위는 낮다. 전자발찌 훼손 시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이지만 평균 선고형량은 징역 9개월, 벌금은 450만원에 불과하다.

강씨는 전자발찌 훼손 당일인 27일 새벽 0시14분께 야간 외출 제한 금지 경보가 울려 보호관찰소 내 범죄 예방팀이 즉각 출동했다.

하지만 범죄예방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0시 34분께 강씨가 귀가하면서 외출 제한 위반 상황이 종료됐다. 이에 범죄예방팀은 향후 조사하겠다는 계획만 고지한 채 돌아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야간 시간 내에 귀가해 그 이후에 조사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강씨의 범행을 막을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은 이후에도 관계당국의 허점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강씨의 전자발찌 훼손 경보가 울리자마자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직원이 이를 112 상황실과 강씨를 관할하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에 통보했다.

이후 동부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전자발찌 훼손 지점에 도착해 수색에 나섰으나 강씨를 찾지 못했다. 전자발찌를 끊은 뒤라 위치추적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지역의 폐쇄회로(CC)TV를 찾아 대상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관제센터와 실시간 연계된 지자체는 서울 시내 25개 구 중 11곳에 불과하다. 강씨가 범행한 송파구도 포함돼 있지 않다. 법무부는 내년까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와 서울 지자체 간 CCTV 관제센터를 연계시킬 계획이다.

경찰이 강씨 도주 후 그의 주거지를 찾았다가 현관문이 잠긴 걸 보고 그대로 돌아 나온 것도 이 사건의 맹점으로 꼽힌다.

강씨 주거지를 수색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하지만, 당시 집안 내부를 확인해 살해된 4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더라면 두 번째 피해자는 살릴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수색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을 막기 위해 재질의 강도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만 8월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다. 새 전자발찌를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 강화나 개선 작업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면서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여러 차례 설계하고 시제품도 만들고 테스트해야 해서 한두 달 사이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