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인 두심언이 변방을 지키던 친구 소미도에게 쓴 편지에서 변방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 구나" 라는 구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방목과 수렵생활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북방민족이 말을 타고 와 수확한 곡식을 약탈해 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늘은 높고 푸른데 말이 살 찔 때가 무서워'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가을에 말 대신 본인이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든 사람이든 가을에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일까요?

의료계에 따르면 날이 선선해지면서 식욕이 당기고 체중이 늘어나는 건 더 추워질 날을 대비해 몸에 지방층을 쌓으려는 인류 진화의 결과라고 합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포유류는 체내 장기를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먹이가 충분하지않는  동물들은 생명활동의 최소 기능만을 남겨 두고 겨울잠을 잡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의 조상들은 오랫동안 겨울철에 먹을 것을 찾지 못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몸은 가을부터 몸 안에 지방을 비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마침내 인류는 추위때문에 먹거리 걱정을 해야하는 형편에서 벗어났지만 날이 추워지면 몸에 지방을 채우기 시작하는 우리 몸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하다는 점에서  고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음식이 부족하기는 커녕 너무 많고 기름져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가을에 진화적 본능에 맞서서 체중관리 어떻게 해야할까요?

과식을 불러 비만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습관은 불규칙한 식사입니다.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다가 갑자기 먹게 되면 과식을 하게 되고 그러면  소화작용이 원활하지 않고, 지방 축적률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비만은 혈관 내 지방 축적을 유발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는 면역물질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해서 코로나19 등 외부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으니, 가을철 체중관리는 우선 규칙적으로 식사하시는 것에서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