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내부자 고발 후 '십자포화'에 창사 후 최대 위기

틱톡·유튜브 등도 미 의회 불려가 "아동보호 소홀" '혼쭐'

주도권 뺏긴 기성 미디어, 단일 대오로 '거대 공룡' 총공격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10여년 동안 스마트폰과 함께 전 세계인의 일상에 파고들며 사실상 통제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소셜미디어(SNS)가 기성 체제의 전방위적인 반격에 직면했다.

글로벌 SNS의 대표 주자 격인 페이스북은 최근 내부고발자의 폭로, 이를 계기로 한 미국 주요 매체의 집중적인 비판 보도에 규제 당국의 조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다.

초연결 사회의 최강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 규제 부재 속에 '거대 공룡'된 SNS…"사회적책무 소홀" 비판

21세기에 접어들며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붐 속에서 2000년대 중반 트위터를 필두로 탄생한 SNS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공유하는 필수품이 됐다.

일상과 감정을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도구라는 대중의 환호 속에 빠르게 침투했고 이내 SNS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지배력을 쌓았다.

이미 다양한 규제로 제도권의 촘촘한 통제를 받는 기존 산업과 달리, 이들은 신생 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미처 갖춰지지 못한 틈새를 마음껏 활보하며 불과 10여년 만에 급성장했다.

SN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업체들은 별다른 자본이나 생산 재료 없이 사용자의 콘텐츠를 수용하고 발행하는 한편, 이용자들끼리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막대한 이익과 부를 창출하며 빠르게 새로운 권력이 됐다.

2019년 10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조지타운대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대화'란 연설에서 "자신을 표현할 권한을 가진 대중은 이 세상의 새로운 종류의 권력이다. 사회의 다른 권력 구조와 나란히 있는 '제5계급'(a Fifth Estate)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제5계급이란 언론을 통상 제4계급으로 지칭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계속 맞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 왔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SNS가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하고, 가짜뉴스를 방치하며 특히 청소년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이 누리는 혜택이나 영향력보다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 속에 규제 당국도 플랫폼 업체의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고 규제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26일 미 상원에 출석한 유튜브, 틱톡, 스냅챗의 경영진의 면전에서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플랫폼의 안전 정책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플랫폼이 위험한 콘텐츠를 방치하고 더 돋보이게 하던 것을 너무 오랫동안 내버려 둬 왔다. 얼마나 더 이래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 전통미디어 반격에 페이스북 최대 위기…"페이스북은 시궁창"

페이스북이 사면초가에 놓인 것은 신생 권력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기성 체제인 전통적 미디어의 반격으로도 읽힌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 CEO가 하버드대학 재학 시절 기숙사에서 '장난'처럼 만든 뒤 성장을 거듭,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0억명이 넘는 일일 사용자를 거느리며, 기업 가치 세계 6위에 올랐다.

이처럼 어느덧 '거대 공룡'이 된 SNS 업체와 플랫폼 업계에 다수의 독자는 물론 고유의 영역인 여론 형성 역할을 빼앗기며 주도권을 넘겨준 신문, 방송이라는 전통적 미디어 사이에 흐르는 첨예한 긴장이 이번 페이스북 사태에서 감지된다.

기성 미디어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 업체에 독자와 시청자, 수익으로 직결되는 광고까지 빠르게 빼앗겨버렸다.

작년 10월 페이스북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총 5천300억달러(약 60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광고 비용 중 절반이 넘는 52%가 디지털 마케팅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돼 디지털 플랫폼이 처음으로 기성 매체를 역전했다.

이런 현실에서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페이스북의 문제가 드러나자 미국에서는 기성 미디어가 페이스북이라는 '공공의 적' 앞에 단일 대오를 형성해 총공격을 퍼붓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파일' 연속 탐사기획을 필두로 뉴욕타임스, CNN,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권 언론 17곳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파고드는 기사를 시리즈로 내보내며 페이스북을 몰아붙이고 있다.

페이스북 파일은 이 회사의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제공한 내부 문건을 말한다.

이들 매체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고 정치와 백신 등의 이슈에 대해 가짜 뉴스를 제공하는 온상이 됐으며 자회사 인스타그램 앱이 10대 소녀를 비롯해 이용자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방관했다고 폭로했다.

기성 언론은 특히 페이스북이 저널리즘의 기본인 팩트 체크에 취약하고, 최소한의 '게이트키핑'(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일)역할마저 하지 않은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 플랫폼 업체로서의 페이스북의 한계를 부각하고 있다.

미 상원 리처드 블루먼솔 소비자보호위원회 소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의 (어린이 보호) 기준은 지금 시궁창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NS 업체는) 아이들을 더 불러 모으려고, 아이들을 더 앱에 붙잡아 두려고만 한다"고 질타했다.

◇ 각국 정부도 SNS·플랫폼 '손보기'

플랫폼 업체들이 기성 기업을 능가하는 공룡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몇 년 동안 적절한 감시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각국 정부도 페이스북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나자 부랴부랴 손보기에 나섰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폭로된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WSJ이 28일 보도했다. FTC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기업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영업 관행을 규제하는 기관이다.

내부고발자인 하우건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개최한 미 상원은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저커버그 CEO에게도 증언대에 서라고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개입과 압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미 의회는 페이스북에 증오와 해악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내리도록 하고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등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터라 강제로 삭제해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의 전 공공정책 이사인 캐티 하버스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업이 무엇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지, 기업에 의해 끌려가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기업들을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FT에 말했다.

한편, 미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는 "이번 페이스북 사태로 어떤 형태로든 정부 규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페이스북은 상대적으로 작은 경쟁업체에 비해 (규제에)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오히려 반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