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허리케인 샌디 이후 착수…맨해튼 해안 지역에 5m 높이로 세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의 대표 도시인 뉴욕이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대규모 방파제를 세우고 있는 사실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14일 AFP 통신에 따르면 뉴욕시는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동부 해안가 복원력(ESCR) 프로젝트의 하나로 현재 14억5천만 달러(약 1조7천억원)를 들여 방파제를 세우고 수문 시스템 등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뉴욕 로어 맨해튼 지역에 약 4㎞ 길이의 해안선을 따라 높이 5m의 방파제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맨해튼에 허리케인이나 해일 등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방파제 건설은 2026년에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뉴욕의 이스트강(East River)과 주거지역이 가장 가까운 23번가와 20번가 해안에는 이미 방파제가 건립됐다.

뉴욕시는 이 방파제 아래에 언덕 공원과 선착장은 물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벤치, 정원 등을 만들고 있으며 1천800그루의 나무도 심을 계획이다. 나무는 천연 배수 시스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하 배수 시스템과 변전소도 건설한다. 하수망 배출 능력을 향상하고 대규모 허리케인에도 정전을 막아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이 방파제 공사를 시작한 것은 2012년 미국 동북부에 상륙해 큰 피해를 입혔던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이 컸다.

뉴욕시 설계·건설국 위원 대행인 톰 폴리는 허리케인 샌디로 뉴욕에서만 44명이 사망하고 11만명이 피해를 보았으며, 190억 달러(약 22조 5천억원)의 피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당시 뉴욕 지하철은 나흘 동안 운행이 중단됐고, 뉴욕증권거래소는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틀 연속 휴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샌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240㎝가량 상승해 우려를 자아냈다.

이후 뉴욕시는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겠다며 2013년 200억 달러(약 23조6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그 일환으로 뉴욕을 감싸는 방파제 건설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계획으로는 해수면 상승 등을 막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뉴욕과 면한 840㎞에 이르는 해수면이 지구온난화로 2050년까지 60㎝ 넘게 오르고, 21세기 말에는 18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여서다.

뉴욕 시장실의 기후 복원력 담당자인 자이니 바비시는 "우리도 모든 곳에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 생각보다 해수면 상승이 더 높고, 폭풍이나 해일도 심해지면 방파제를 더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뉴욕시의 2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는 '착수금'에 불과하고 더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며 "기후 복원은 과정일 뿐,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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