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잡혔다가 재확산 과정서 고립된 이후 모두 숨진 채 발견

화재 건물, 1년전 추락사고로 3명 사망하기도…"무리한 야간작업 의심"

경찰, 40명 규모 전담수사팀 편성…숨진 소방관들 '경기도청장' 예정

(평택=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김솔 기자 =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났다.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공사장은 건축 연면적이 20만㎡에 달하는 데다가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불길은 17시간째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46분께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내 창고 건물 1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4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이날 오전 6시 32분께 큰불을 꺼 오전 7시 10분에 대응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오전 9시 21분에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며,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다.

불길이 재확산하는 과정에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장 이형석(50) 소방위와 팀원 박수동(31) 소방교, 조우찬(25) 소방사 등 3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오전 9시 8분께 화재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2층 진화 및 인명검색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과 마지막 교신이 된 시점은 오전 9시 30분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이 팀장 등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낮 12시 22분께 2층에서 2명을 발견했고, 이어 낮 12시 41분께 비슷한 곳에서 나머지 1명을 찾았다. 발견 당시 이 소방위 등은 모두 숨진 상태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개인 안전장구를 착용했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갑작스럽게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애초 2층에 투입된 인원은 이 팀장 등을 비롯해 모두 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오전 9시 34분께 자력으로 탈출했다.

탈출한 2명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이 팀장 등 순직한 3명에 장례는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다.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0시 평택 이충문화체육관에서 이뤄진다.

소방청은 순직자들에 대해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등 예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는 연면적 19만9천762㎡인 7층짜리 냉동창고 건물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공사현장 1층에서는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이 진행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작업자 5명은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이틀째 진화작업을 벌여 이날 오후 3시 57분에 큰 불길을 잡고 대응단계를 해제한 뒤 현재 잔불 정리 중이다.

이 공사장에서는 1년여 전인 2020년 12월 20일에도 인명사고가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건물 5층 자동차 진입 램프 부근에서 천장 상판을 덮는 작업을 하던 중 천장에 설치된 콘크리트 골격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5명이 10여m 아래로 떨어졌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해당 건물은 이듬해 1월 26일까지 한 달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아 공사 기간이 애초 계획보다 길어졌으나 건축주나 시공사는 평택시에 별도의 준공 예정일 변경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정장선 평택시장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을 만나 "현장 관계자들이 밤에 작업하다가 불이 났다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화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과학수사대, 강력계, 평택경찰서 형사팀 등 4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화재 원인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