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극단적 선택 단서 아직 없어…부검 예정

유족 "며칠째 연락 안된다" 112 신고…민주당 "이 후보, 고인과 관계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홍유담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인물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35분께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54)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모텔 종업원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씨의 누나가 "동생과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한 뒤 이씨 지인을 통해 모텔 측에 객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은 객실에 방문했으나 인기척이 없자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누운 채 사망한 이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 2018년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모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과 주식 등 20억원을 줬다며 관련 녹취록을 친문 성향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제보한 인물이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이 녹취록을 근거로 이 후보 등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이씨는 숨진 채 발견된 모텔에서 석달 전부터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시신에서는 외상이나 다툰 흔적 등 사인을 가늠할 만한 단서가 없었고 유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에서도 누군가 침입한 정황이나 극단적 선택에 쓰이는 도구, 약물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 지인은 "이씨가 평소 술을 많이 마셔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사업 실패 이후 생활고를 겪어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빈소에서 만난 유족은 "정확한 건강 상태는 모르지만 당뇨, 신장 등 가족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생전 개인 페이스북을 활발히 이용해왔다. 그는 이달 7일 오후까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씨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2일 "김문기는 자살을 추정할 아무런 징후나 합당한 동기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며 "경찰은 사체의 미세한 주사 자국까지 제대로 부검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에 앞선 12월 10일에는 "이생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씨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출입자 등을 확인하기 위해 모텔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시 상으로는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을 의심할 만한 특이 사항이 없었다"며 "현재 부검 영장을 신청한 상태로, 구체적인 부검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보단은 "이 후보는 고인과 아무련 관계가 없다는 점을 밝힌다"며 "고인은 지난해 이 후보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는 허위 주장으로 고발됐고,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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