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극심, 평균 재고량 40일서→5일치로 뚝…자동차·TV값 자극 인플레 부채질 우려
[긴급진단]
"뾰족한 수 없어…병목현상 6개월 더 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반도체 칩 평균 재고량이 40일에서 5일치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자칫 칩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장들이 멈춰 서고 노동자 일시 해고 사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공급난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칩 평균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7% 더 많았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평균 재고량은 2019년 40일치에서 5일치 미만으로 떨어졌다. 핵심 산업용 반도체 재고량은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같은 공급난은 6개월 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국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불일치로 발생한 비정상적인 반도체 가격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부족 사태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반도체 공장 화재, 겨울 한파,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이 매우 취약하다"며 "칩 생산량이 확대될 때까지 (공급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해외 반도체 생산시설이 단 몇 주라도 문을 닫을 경우,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가동하지 못해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상무부의 판단이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자동차 등의 공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자동차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0% 상승했다. 1982년 6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는데 중고차의 경우 같은 기간 3.5%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이 반도체 부족으로 지연되자 중고차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신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동차 평가업체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은 4만7077달러였다. 2020년 말(4만1335달러) 대비 13.9% 올랐다.
이외에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부족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공급 병목현상은 산업 전반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내년까지 특정 품목의 반도체 부족이 계속되고, 현재의 반도체 칩 수요 붐이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