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일 잘하는데 부패' 새빨간 거짓말" vs "악의적 집값 폭등"

이재명, 강북 표심 훑기…감세·규제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대전환 약속

윤석열, 수도권 6곳 돌며 부동산 실정 정조준…'대장동 의혹' 집중포화

안철수, 이틀째 유세 중단·빈소행…'야권 단일화' 주말 담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홍지인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사흘째인 17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수도권은 최대의 인구 밀집 지역인데다 전국 민심을 반영하는 바로미터 성격도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는 이번 대선의 핵심 정책 이슈인 부동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표심 확보에 온 힘을 쏟았다.

서울·경기 지역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에 싸늘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에서 이 후보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29%, 28%의 지지율을 얻었고, 윤 후보는 두 곳 모두 40%를 기록했다.

이에 지지세 복원이 시급한 이 후보와 이대로 우위를 굳히려는 윤 후보 간의 경쟁이 더욱 불꽃 튀는 양상이다.

이 후보는 전날 강남 지역을 순회한 데 이어 이날은 강북을 촘촘히 훑으며 이틀 연속으로 서울 판세 전환을 위한 잰걸음을 달렸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있어 현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약속하며 여권에 실망한 서울 민심을 다시 붙잡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오전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 첫 유세에서 "집값이 갑자기 올라서 세금이 오르니 화나지 않느냐. 저도 화나더라"면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재산세·종부세 조절, 서울 107만호 공급,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상향 등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보수는 일은 잘하는데 부패해서 문제고, 진보는 깨끗한데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이상한 얘기가 있다. 이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오후 성동구 유세에서는 신용 대사면과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제도 도입 등을 거론했고, 마포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찾아 경찰 가족의 사기 진작과 처우 개선 및 대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저녁에는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청년 대상 집중 유세를 펼치는 등 이날 하루 빼곡한 서울 유세 일정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낮 광화문 유세에서는 윤 후보 측을 겨냥해 "촛불 광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든 그 가냘픈 촛불로 쫓겨난 정치세력이 있다. 단 5년 만에 그들이 다시 복귀하고 있다"면서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나. 정치보복을 대놓고 후보가 바라는 그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겪어 봤나"라며 '촛불 민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또 윤 후보를 가리켜 "자꾸 누구처럼 마스크 벗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라며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도 있다"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에서 시작해 용인, 성남, 서울 송파와 서초, 종로까지 6곳에서 유세전을 펼치며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윤 후보는 수도권에서 특히나 민감한 부동산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서초구 유세에서 "이 사람들, 건국 이래 구경하지 못한 집값 폭등을 만들어냈다"며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집값을 올려서 집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갈라치기'하는 것이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송파 유세에서는 "20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갑부가 아니다.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라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급등 문제를 지적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안방 격인 경기 성남시를 찾아서는 총공세에 나섰다.

그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성남FC 후원금·두산건설 특혜 의혹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인구 100만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천만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성 유세에서도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고요?"라며 "불법에 유능하단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원칙에 대해 여권이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것을 두고는 "자기가 진 죄 남한테 덮어씌우고, 자기 진 죄는 덮고, 남은 짓지도 않은 죄 만들어서 선동하고 이게 원래 파시스트들, 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 이런 사람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힐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유세차 사고에 따라 선거운동을 중단한 채 이날도 사고 희생자들의 빈소를 지켰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천안과 김해 빈소를 잇달아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소강 국면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전날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빈소에서 조우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눈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 후보 간 담판도 가능하리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자진사퇴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선거운동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며 자진사퇴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ge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