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총사퇴에 리더십 '진공'…조기 전대론 탄력 받나

친문, 李 직격 "사당화해 참패"…친명 "기득권 물러나라" '李 길터주기'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정수연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당분간 리더십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선과 지선에 대한 평가와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부터 짚고 가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새 지도부 선출 시점을 놓고도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지면서 리더십 진공 상태와 맞물려 그간 수면 아래 있던 계파 갈등이 대거 분출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차기 당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세력 간 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당장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선 두 달 만에 이재명 상임고문과 송영길 전 대표가 나란히 등판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주장하며 소위 '명길 책임론'을 집중 부각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었다"며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의원도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은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면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친문 진영의 지원에도 대선 경선에서 패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며 "더 정확히 말하면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가세했다.

반면 친이재명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완패를 당내 세력 교체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기류가 엿보인다.

원내에 입성한 이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당내 헤게모니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이 상임고문의 입지를 미리 터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계 수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 놓았다"며 "국민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오는 3일 새 지도부 구성 방향을 논의하는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부터 '이재명 책임론'과 '당 세대교체 및 쇄신론'이 분출하며 계파 간 갈등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친문계와 친이재명계의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삼지대 원로급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의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권 싸움으로 사실상 당이 둘로 쪼개지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고문이 전당대회에 등판하려는 순간 친이재명계와 친문계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차라리 중립지대 원로급 인사가 지도부를 이끄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교흥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당성을 갖춘 지도부여야만 가혹한 혁신이 가능하다"면서 "민주당 내 모든 계파를 해체해야 한다. 계파를 벗고 뜨겁게 토론해야 한다"고 썼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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