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냥 친문계 공격에 친명계 반격 양상 지속

박홍근, 시도당위원장·원외지역위원장 만나 비대위 구성 등 논의

비대위원장에 문희상·김부겸·정세균·유인태·이광재 등…강금실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박형빈 기자 = 지방선거 패배로 혼란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계파 간 대결 양상이 심화하며 좀처럼 위기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거 직후 이재명 상임고문을 겨냥한 친문(친문재인)계의 대대적 공격이 이어진 뒤 친명(친이재명)계가 결집해 이를 반격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평가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계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쳐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이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6일 대선에서 패한 지 석달 만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선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공개 지목했다.

홍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에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것이), 이게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송영길 전 대표를 컷오프하기로 한 당 전략공천위원회의 결정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뒤집힌 것을 언급하며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해 공천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친문계 핵심 인물인 김종민 의원도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이 상임고문의 당권 접수를 경계했다.

김 의원은 "위기를 돌파할 리더십이 이재명 의원 말고 없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떤 한 사람의 지도자가 당을 끌고 가거나 구원한다는 '메시아 민주주의'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패권적인 지도부 구성은 반드시 분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탈계파, 초계파적인 통합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여러 에너지와 이견들이 용광로처럼 모여서 통합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통합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문계와 친명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안민석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홍 의원을 가리켜 "과거 공천은 더 했다"라며 "과거에 그랬던 (공천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분들이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라고 말했다.

추미애·이해찬 대표 시절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친문계가 주류가 돼 공천권을 행사했을 당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총선의 경우 '조국 사태' 당시 쓴소리를 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 경선에서 패하는 등의 결과를 두고 '친문 공천, 비문 낙천'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이 상임고문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상호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대권후보가 당권 주자가 되면 특정 진영의 대표성이 강화한다"며 이 상임고문의 전대 출마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탈당 후 복당을 추진 중인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가장 큰 자산을 가진 정치인인 이 상임고문이 (전대에)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며 우 의원의 의견을 반박했다.

이 상임고문의 선거를 도왔던 캠프 정진욱 대변인은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이 후보에 대한 공격 논리를 다듬고, 벼르고 벼려온 사람들은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며 "모든 책임을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이지메' 왕따 전략은 실패하는 중"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이계 박찬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마지막 경기도 지원 유세가 파주의 박빙 승리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경기도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가 잠시 뒤 경기도 승리가 이 상임고문의 덕이라는 취지의 문구는 수정했다.

이처럼 계파 간 갈등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현재의 혼란상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쏠린다.

당 대표대행을 맡아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시도당위원장과 원외 지역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시도당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는 금주 내 정통성 있는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가운데, 누가 비대위원장에 적임인지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당의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나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이광재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하마평에 오른다.

다만 당원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외부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좋은 분"이라며 "윤호중·박지현 비대위가 꾸려질 때 본인(강 전 장관)이 총대를 메고자 한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