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입국 직후 의심신고한 뒤 격리…다른 의심자 1명은 '수두'로 확인

미열·인후통·무력증·피부병변 등 증상…인접 탑승객 8명 중위험 접촉자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 격상…"위험도 고려해 희망자 백신 접종"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최인영 조민정 김영신 기자 =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글로벌 보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감염병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발생에 따라 감염병 위기 수준을 '주의'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 공항서 스스로 의심 신고한 30대…국내 고위험 접촉자 없어

질병관리청은 22일 브리핑에서 "21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의심 증상을 보인 내국인 A씨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진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독일에서 지난 21일 오후 4시께 한국에 들어왔다. 인천공항 입국 후 본인이 질병관리청에 의심 신고해 공항 검역소와 중앙역학조사관에 의해 의사환자(의심자)로 분류됐다.

이후 공항 격리시설에서 대기한 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에 이송돼 치료와 검사를 받았다.

A씨는 입국 전인 지난 18일 두통 증상이 있었고, 입국 당시에는 37.0도의 미열과 인후통, 무력증(허약감),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병적 작용에 의해 피부 세포나 조직에 일어나는 변화)을 보였다.

A씨의 연령대는 30대로, 방역 당국은 개인정보인 성별과 정확한 연령은 밝히지 않았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확진자가 독일에서 의심환자에 대한 접촉 이력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환자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는 양호해 해열제 처방 등 대증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 결과 국내에서 A씨에 대한 고위험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공항 검역대에서 신고를 해서 검역관과 병원에 인계됐다. 질병청은 접촉자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위험군은 확진자에게 증상이 나타난 지 21일 이내에 접촉한 동거인, 성접촉자 등을 말하며, 21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A씨가 탑승한 비행기의 인접 좌석 승객에 대해서는 능동감시를 하기로 했다.

비행기 탑승자 중 A씨의 앞과 뒷자리, 대각선의 인접한 좌석에 있던 승객 8명에 대해서는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하고, 보건소에서 하루 1~2회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방식의 능동 감시를 21일 동안 한다. 중위험 접촉자 중 면역취약자 등과 접촉하는 종사자가 있다면 근무제한을 권고한다.

비행기의 다른 저위험 접촉자 41명(승무원 2명 포함)에 대해서는 21일간 증상이 있을 경우 스스로 방역당국에 보고하는 수동감시를 하기로 했다.

한편 A씨와 같은 날인 21일 의심환자로 신고된 외국인 B씨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B씨는 수두 감염으로 확인됐다. B씨는 19일 증상이 발생한 뒤 20일 항공편으로 국내에 입국했으며 21일 오전 부산 소재 병원(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내원해 격리 치료를 받았다.

◇ 위기경보 '주의'로…접촉자, 위험도 고려해 희망자 백신접종 계획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청은 이날 위기평가회의(의장 질병관리청차장)를 개최해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질병청은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일반 인구에서의 전파 위험은 낮기 때문에 과도한 긴장이나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지만 긴 잠복기를 갖는 질병의 특성으로 인해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자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장급이 이끄는 현재의 대책반(반장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을 질병관리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 격상해 다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 시도와 발생 시도 내 모든 시군구는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운영토록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예방접종과 관련해서는 노출 후 발병 및 중증화 예방을 위해 환자 접촉자의 위험도를 고려해 희망자들에게 접종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대응을 위해 의료진 안내문을 나눠주는 한편, 일선 의료기관의 진료와 확진자 대응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영상을 배포할 예정이다.

해외 유입 감시도 강화해 하반기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역관리지역을 지정하고 발생이 빈발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발열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출입국자 대상 SMS 문자와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 활용 안내를 강화해 입국자들의 건강상태질문서 자진 신고율을 높일 방침이다.

질병청은 당분간은 진단검사를 청 차원에서 실시할 계획이지만 향후 발생 상황을 고려해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 지자체에서도 검사를 수행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달 24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고, 같은달 31일에는 위기 경보 수준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급 감염병 확진자는 입원 격리 치료 의무가, 환자와 의료기관은 신고 의무가 있다.

확진자는 피부 병변의 가피(딱지) 탈락 등으로 감염력 소실과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격리되며,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접촉·노출 정도에 따라 최장 21일간 격리한다.

◇ 주로 유증상 감염자 밀접접촉 통해 감염…중동 제외 아시아 2번째 사례

원숭이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증상은 두창과 유사하나 중증도는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로 유증상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데,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근무력증, 오한, 허약감, 림프절 병증 등을 시작으로 1∼3일 후에 발진 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감염 후 5∼21일(평균 6∼13일)을 거쳐 나타나며 2∼4주간 지속된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높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로 높은 수준이다.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원숭이두창은 원래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 된 바이러스지만,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고 난 뒤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질병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총 52개국에서 3천127명이 원숭이두창에 확진됐고, 117명이 의심환자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영국(794명 확진), 스페인(520명), 독일(469명), 포르투갈(304명), 프랑스(277명) 등에서 빈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에서는 감염자가 많이 나왔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번에 한국에서 드물게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올해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가 발생한 아시아 국가는 이스라엘(11명), 아랍에미리트(13명), 레바논(1명), 싱가포르(1명), 한국(1명) 등 5개국 27명이다.

싱가포르 역시 이날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는데, 아시아에서는 중동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과 싱가포르 사례뿐이다.

WHO는 23일 긴급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질병청은 "발생국가를 방문 또는 여행하는 국민은 손씻기, 마스크착용 등 개인위생규칙을 준수하고 귀국 후 21일 이내 증상 발생시 질병관리청 콜센터(☎1399)로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