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절차·법 내용 위헌 주장…"수사 공백·재판 지연으로 국민 피해"

전례 없는 권한쟁의심판…헌법에 안 나오는 '수사권' 해석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정성조 기자 = 이른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두 달가량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송을 제기하면서, 전례 없는 사건을 받아든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법무부와 검찰이 27일 밝힌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유는 '위헌적 절차로 위헌적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졌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원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를 해 합리적 토론 기회가 봉쇄됐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법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이 제한되면서 형사사법 체계가 망가지는 반(反)헌법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날 청구서에서 지난 4월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내세운 절차상 문제 논리를 재확인하면서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지난달 정식 공포된 '검수완박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고,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동일 범죄사실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 대해 "검찰 수사 공백은 국가와 국민 권익의 심대한 침해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며 "직접 수사가 금지된 부분은 경찰 수사를 무조건 선행해야 하는데 경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바로잡는 데 한계가 있고, 절차 지연으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된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범죄 수사를 맡을 경찰이 유죄라고 판단해 송치하는 사건은 그나마 검사의 검토가 있겠지만, 경찰 단계에서 종결돼 송치조차 되지 않는 사건은 진정 혐의점이 없는지 검사가 체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고소인 등이 경찰의 무혐의 종결 처분에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고,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없앤 것은 검사의 기소 기능을 사실상 박탈하면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법무부와 검찰은 지적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국회의 법률 제·개정 행위가 문제라면 입법 절차상 하자뿐만 아니라 법 자체가 위헌인지도 심사한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에 참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선례가 없기는 하지만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 위헌 결정까지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간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사이의 다툼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이번처럼 법률 제·개정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 기관과 국회가 부딪치는 경우는 1990년 1호 권한쟁의심판(결정은 1995년) 이래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검수완박법'의 내용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에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규정한 헌법 12조 3항과 16조로부터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도출될 수 있는지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사가 경찰의 신청을 그대로 법원에 '배달'만 해줄 게 아니라면 영장 내용에 하자가 없는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 자체가 검사의 수사 활동이므로 검사 역시 수사의 주체라는 것은 당연히 '유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두 헌법 조항은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 헌정사를 반성해 수사기관의 영장 신청에 제한을 건 '국민의 권리' 규정이며 수사권이 어느 기관에 속하는지는 행정부가 시대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어느 기관이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지는 헌법에 나와 있지 않다. 이날 법무부와 검찰이 쓴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형사사법 체계"라는 표현은 결국 이 문제에 관한 헌재의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법무부와 검찰은 오는 9월 10일로 다가온 '검수완박법' 시행 전에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어렵다고 보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수완박법' 시행은 헌재의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중단되므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는 기존 6대 범죄로 유지된다.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된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도 일단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법무부는 '검수완박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을 재정비하기 위한 '법령 제도개선 TF'도 운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검찰의 수사 범위 관련 제약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법령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 인용으로 기존 수사 개시범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법령 개정이 이뤄진다면, 검찰의 수사 범위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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