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권 시계' 역행 시도 이어질 것" 경고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힐러리 클린턴(74)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을 규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8일 미 CBS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인 'CBS 모닝즈'에 출연해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놀라지 않았다. 이것은 몇년 동안 진행되어 온 것의 결과물"이라며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수년 간 반대해온 법관들로 대법원을 채운 목표가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24일 임신 후 약 24주까지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했고,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극심한 분열상이 나타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 극히 유감"이라며 "이제 이것이 민권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한 대법원의 유일한 시도가 꼭 아닐 것임을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 연방 대법원의 최장수 대법관으로 강경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할 때 보충의견을 통해 동성결혼과 피임 관련 판례도 재검토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토머스 대법관과 예일대 로스쿨을 함께 다닌 클린턴 전 장관은 그를 '매사에 불만인 사람'으로 지칭하며 "그의 의견서가 (추가 조치에 대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그는 과거에도 하급 법원과 주 법정에 '사례들을 찾고, 법을 통과시키고, 준비하라. 우리는 한번, 두번, 세번은 이기지 못하겠지만 계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발신해왔다"며 "이제 매우 고통스러운 일들이 많을 것이고, 여성들은 죽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어 대법원의 이번 낙태권 파기 결정은 자신들의 투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국인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권리의 침해뿐 아니라, 규제되지 않은 총기 접근, 연방 정부의 역할 상실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정말이지 벼랑 끝에 있다"며 "당신의 권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표를 해야 할 시기가 있다면, 바로 이번 중간 선거임을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퍼스트레이디를 지내고, 뉴욕주 상원 의원에 국무장관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CBS방송에 정치가 그리웠다고 밝히며,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