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이의 제기 빈발 美 단일법 위원회 '뇌사 판정' 기준 권고 지침 새로 논의 진행

[뉴스이슈]

과학 발달로 점점 애매해지는 生과 死 경계 
50개 주마다 뇌사 판정 방법과 기준 제각각
"뇌사도 법적보호 권리", 의학적 판단 소송도
일각선 "장기이식 어려워 질지도" 우려 제기

유족들이 뇌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미국에서 의사와 법률가들이 뇌사판정 권고 지침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의사들이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은 심장과 허파의 작동이 멈추는 데 따른 사망 판정과 뇌사에 따른 판정 두 가지다. 뇌사 판정은 심장과 폐는 움직이더라도 뇌의 기능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멈춘 경우를 가리킨다.

최근 법률가, 신경과 의사, 철학자 등으로 구성된 '단일법 위원회'의 분과 초안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뇌사 판정 기준을 다시 논의했다. 단일법 위원회는 미국의 각 주에서 아동 구금부터 부동산 개발 등 온갖 문제에 관련한 법률을 제정할 때 동일한 법을 채택하도록 권고하는 비당파적 기구다. 설립된 지 100년이 넘었다. 각 주는 이 위원회의 권고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주 의회가 법을 제정할 때 참고하도록 돼 있다.

이번 뇌사 판정 논의가 새로운 권고로 확정되기까지는 앞으로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몇 년새 뇌사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져 왔기 때문이다. 사망 판정이 단순히 의학적으로만 내려질 수 없다는 점이 일부 이유가 됐다. 

사람들은 사망에 대해 각자 나름의 확고한 입장을 지닌다. 사망 판정은 장례, 상속, 장기 기증 등 법률적 영향도 크다.

미국의 50개주 모두에서 뇌사 판정을 인정한다. 다만 각 주에서 뇌사 판정을 내리는 방법과 검사 기준은 제각각이다.

최근 유족들이 뇌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일부 의사들과 법률가들이 뇌사 판정 기준이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시상하부 등 뇌의 모든 기능이 멈췄는 지를 검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의사의 뇌사 판정 신뢰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0년 미첼 햄린 법과대 타데우스 메이슨 폽 교수가 내과학회보에 단일사망판정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단일법위원회에 이 문제를 건의했고 지난해 13명으로 구성된 초안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초안위원회 위원인 제임스 봅 주니어는 새 권고에서 뇌사 판정을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생명권위원회 사무총장인 그는 임신 직후부터 태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며 뇌가 손상돼 의식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뇌사 판정 부정으로 장기 기증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의 의견에 반대했다. 

미국에서 뇌사 판정은 모든 사망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뇌사 판정자의 장기 기증이 전체 기증의 절반을 넘는다. 뇌사 판정이 없어지면 장기 이식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과학자들은 오래도록 뇌를 인간의 핵심 중추로 간주해왔다. 뇌가 기능을 멈추면 신체도 기능을 멈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생각이 잘못됐음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최근의 과학 발전으로 생과 사의 경계가 한층 애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