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6건…미국 전역 걸친 규제 강화 필요성 지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엄격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총기 규제 법률이 작년에 통과된 10여 건을 포함해 100건이 넘는다.

가정폭력 전과자의 총기 소지가 금지돼 있으며, 타인 혹은 자신에게 위험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사람도 총기 소지 자격이 없다. 대용량 탄창이나 총성을 줄이는 소음기는 불법이다. '공격용 무기'(assault weapon)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반자동 총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총기난사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총기 규제가 많다고 하지만, 관리가 허술한 다른 미국 주들과 비교해 조금 더 낫다는 것일 뿐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자(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총기난사 사건과 이를 둘러싼 규제 찬성론과 반대론의 엇갈리는 진단과 대책을 전했다.

총기 규제 찬성론자들은 캘리포니아의 총기 규제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하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더욱 강력한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현행법으로는 무기 구입이 금지된 경우라도 과거 구입 당시에 합법이었다면 총기 소지 권리를 박탈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위험인물로 간주될 만한 행동을 했는데도 법원이나 법집행기관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총기 소지권이 유지되는 사례도 있다.

등록되지 않은 '유령 총기'가 많은 데다가 규제가 더 허술한 주변의 다른 주들로부터 불법 무기가 반입되기도 한다.

이런 여러 사정 탓에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주법을 통해 안전과 자유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반면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은 규제 법령을 더 만들어 봐야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합법적으로 무장하는 것만이 최종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총기소유자협회 대표인 샘 퍼레더스는 살인이 이미 불법이라며 "뭐 하자는 거죠? '더욱 불법'으로 만들자는 겁니까?"라고 규제 강화 시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총기 폭력 예방을 위한 입법실무회의 공동위원장인 캘리포니아 주의회 제시 게이브리얼 의원은 총기 규제 추가 입법을 논의하기 위해 2월 회의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안된 법안으로는 캘리포니아주가 탄약과 총기에 대해 특별소비세(excise tax)를 부과하는 방안,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 등을 받은 이들의 총기 소유 제한 기간을 3년 더 늘리는 방안, 등록되지 않은 '유령'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중범죄로 삼는 방안,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스스로 '총기 판매 금지 대상' 목록에 본인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다.

총기폭력을 막기 위한 금지명령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려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공공장소에 권총을 휴대할 권리를 인정하는 연방대법원 판례가 작년 6월 나옴에 따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6개 이상의 주에서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ABC뉴스가 29일 인용한 캘리포니아 경찰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9일까지 이 지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도합 6건 발생했다. 미국의 총기 폭력을 집계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48건이었다. 이 단체는 '총격범을 제외한 총격 사상자가 4명 이상인 경우'를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분류해 집계한다.

이 중에는 21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몬터레이파크의 댄스교습소에서 총기 난사범이 11명을 숨지게 한 사례와 23일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프문베이의 농장 직원이 동료 7명을 죽인 사례가 포함돼 있다.

28일에는 로스앤젤레스 근교 베벌리크레스트에서 3명이 총에 맞아 죽고 4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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