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고민 상담해 주면서 정작 본인 문제는 털어놓지 못해"

[뉴스포커스/전도사 일가족 비극]

교인 신망 잃을까봐 생활고·가정불화 등 쉬쉬
'벙어리 냉가슴' 스트레스 끙끙 한계 부딪히기도
"자신을 먼저 돌봐야 남 돌볼수 있는 여유생겨"
카운티 정신건강국 월 1회 목회자 세미나 개최

"생활고로 힘든데다가 언제 교회에서 쫓겨날지 몰라서 불안하지만 내색할 수가 없네요 "- A 부목사
"교인들이 옷 잘입으면 사치다, 못입으면 추레하게 입는다고들 말하니 눈치 보여 스트레스입니다" -B 사모
"부부간 갈등이 크고 고등학생 아들이 밖으로 나도는데 교인들이 알까봐 걱정입니다" - C 전도사

최근 가디나의 대형 교회에서 한 전도사가 일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교인들의 고민 상담을 책임지는 목회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곳이 없다는 점이 교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목회자가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번 사건과 같은 끔찍한 결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LA생명의 전화의 박다윗 목사는 "최근 일어난 전도사 일가족 살해 사건은 한인 교계와 목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남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정작 본인 마음은 돌보지 못한 종교 지도자들의 안타까운 단면"이라고 진단했다. 

오랜 기간 상담 사역을 이어오면서 수많은 교계 관계자들의 고민을 함께 했다는 박 목사는 "목회자들도 사람"이라며 "사역이 잘 안되서 스트레스 받고, 신도들에게 상처도 입고, 부임 후 쫓겨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들도 경제적 생활고, 가정불화 등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부터 목회자의 능력을 의심받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두려워 참고, 혼자 가슴에 담고 사는 것이 암묵적인 현실이 됐다고 박 목사는 지적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 안정영 심리치료사는 "목회자들은 직업적인 측면에서 교인들의 신뢰를 잃을까봐 남을 탓하지도, 힘든 내색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상대적으로 목회자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우울증, 불안증, 분노조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안 심리치료사는 "해소되지 못한 문제는 가정 내 불화로 이어지고 더 큰 비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목회자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카운티 정신건강국은 한달에 한번 목회자들의 정신건강 교육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KFAM) 박제인 케이스 매니저는 "누구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듯이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라며 "감정을 묵혀두면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정신 건강을 돌아보는 시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매니저는 특히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털어놓고, 소통해야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고 "교인들도 목회자들의 고민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나 자신을 먼저 돌봐야 남을 돌볼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목회자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의 전화:(213) 480-0691
▶한인가정상담소:(213) 389-6755
▶LA카운티정신건강국 목회자 정신건강 교육 세미나 문의: jahn@dmh.lacounty.gov